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연설에 직접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도 지원사격을 위해 파리로 출국한 상태다. 정부는 물론 재계도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재계의 초점이 부산엑스포로 맞춰진 데에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한국의 성장 동력이 달려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로 최대 6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팝 부흥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라, 지금이 엑스포 유치에 최적의 시기라는 공감대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엑스포 열었던 국가들 전부 잘 됐다”
이날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기업인만 19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 마지막 연사로 나서 부산엑스포 유치 필요성을 피력한다. 여기에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정의선‧구광모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19명의 민간대표단이 자리를 함께 한다. 이들 기업은 부산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을 자체 제작하는가 하면, 세계 곳곳에 자사 제품과 부산엑스포 로고를 동시에 표출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등 전방위적 지원사격을 보태고 있다.
재계의 거물들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엑스포 개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부산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은 최대 6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엑스포가 열리게 되면 2030년 5월부터 6개월간 지속되는데, 이 기간 5050만 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3조원의 생산이 유발되고, 18조원의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50만 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다.
60조원이라는 효과가 과장됐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막대한 경제적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은 없다. 한국은 이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29조원의 경제유발효과를 체감한 바 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도 17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거둔 바 있다. 부산엑스포는 올림픽‧월드컵 등 행사보다 기간이 훨씬 긴 데다, 산업적으로 첨단기술에 초점이 맞춰지는 행사인 만큼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월드엑스포를 유치한 다른 국가들도 수십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뒀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대표적이다.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7400만 명의 관람객이 상하이 엑스포를 찾았는데, 관광수입으로만 52조7000억원을 거둬 총 110조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이는 중국의 GDP를 2%포인트나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진행된 두바이 엑스포조차 24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자유기업원 측은 “엑스포를 개최했던 국가들은 모두 경제성장, 기술발전, 인프라 개선 등의 양적 발전과 생활 여건의 개선과 같은 중장기 경제 효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오일머니’ 사우디 넘어야…“성공하면 한국 위상 업그레이드”
다만 세계박람회 유치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을 키워드로 “엑스포 유치에 한국이 월등하게 유리하다(한덕수 국무총리, 지난해 9월19일 대정부질문)”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자는 '오일머니’로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유럽의 표를 업은 이탈리아 로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모두 이날 파리로 집결했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각국 정상이 나서는 '고공전’이 본격화한 것이다.
또 60조원의 기대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선 '사후 활용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선 2012년 여수엑스포, 1993년 대전엑스포도 행사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았으나, 관련 시설들은 매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때마다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주요 시설이 방치되는 문제가 도마에 오르곤 한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국은 도심 내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친환경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기념관을 구축하는 등 사후 활용 방안 마련에도 공을 들였다는 입장이다.
부산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머리를 맞댔다. 지난 4월 국회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참석의원 239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에는 국회가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교통‧환경 인프라 개선, 사후 활용 방안 마련 사업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데 성공하면, 수십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문화‧외교적으로도 한국의 위상을 세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엑스포까지 열리게 되면, 한국은 올림픽‧월드컵‧엑스포 등 세계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이 전부다.
조문희 시사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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