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개막 임박…행동주의펀드·주주 vs 기업 `공방전`

자유기업원 / 2023-02-28 / 조회: 5,398       글로벌이코노믹

행동주의펀드 가세하며 곳곳 표 대결 전망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 세력과 기업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대부분 3월에 정기주총을 진행하는데 통상 3월 하순에 주총이 집중적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주총 전에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내야 하므로 3월 말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주총회가 특정일(슈퍼 주총데이)에 집중되면서 여러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들은 권리 행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 특정 일에 주총이 몰린다고 보고 있다. 소액주주가 주주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기업들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경에는 해당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소액주주들 중에는 기업에 주주 제안을 보내고 마찰을 일으키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다. 얼라인은 특히 JB금융지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주주환원정책이 나온 이후 두 번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지난달 10일에는 주당 900원 결산배당을 요구했고, 14일에는 김기석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라는 요구를 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언론에 JB금융이 당장 배당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자본배치와 예측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방향으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주총에서 표결을 통해 주주들의 생각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란 입장을 공개했다.


반면 JB금융은 얼라인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태광산업 및 BYC와 맞서고 있다. 트러스톤은 최근 태광산업에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상향하고 자사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3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약 8000억원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영업가치보다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생각이다.


'주식농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농심홀딩스 등 12개 상장사에 배당을 늘릴 것과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주총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다음 달 KT&G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원, 자기주식 취득, 평가보상위원회 명문화, 주총 결의에 따라 자기주식 소각이 가능함을 명시, 분기배당 도입, 사외이사 차석용·황우진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차석용·황우진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에 대해 KT&G는 FCP가 제기한 소송에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


한국철강 소액주주들도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의 주총 안건 상정을 요구하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국철강은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고 보고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소액주주 추천을 받아 선임된 사내이사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고소했다. 또 소액주주 비대위 측 위임장 작성 권유인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고소했다. 소액주주 비대위는 주주 상대 사측의 고소·고발에 전부 무고죄로 대응하기로 했다.


경제계에선 주주, 행동주의 펀드와 상장사의 마찰이 3월 주총 시즌에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들은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주주 제안을 해야 한다. 상장사들은 주총 소집 결의, 통지 및 공고, 배당 결정을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공지해야 한다. 주주들은 주총 소집 결의 공시를 보면 주주 제안이 관철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DB하이텍, 한국알콜, 광주신세계, 사조산업, 알테오젠, 휴마시스 등 10여 개 종목의 소액주주들이 주주 제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에스엠의 주총은 이달 31일에 열린다. 주총에서 중요한 것은 이사 선임안이다. 현재 에스엠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이 있다. 이들 모두 오는 27일 임기가 종료된다. 이번 주총에서 자기편 인사를 이사회에 많이 넣는 편이 승자가 될 전망이다.


에스엠 주총에서 중요한 것이 소액주주들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들의 에스엠 지분을 모두 합치면 70.53%다. 이에 따라 카카오‧현() 에스엠 경영진과 이수만‧하이브 측이 소액주주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크게 주목을 받자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입장도 극과 극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대표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의 핵심은 주주에 의한 경영자 견제인데 이것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이라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행동주의 펀드와 관련해 "펀드로 인해 단기적인 이슈가 만들어지면 주가 자극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슈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주가는 장기적으로 침체할 수 있다”며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성일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와 관련해 "그건 ESG의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의 일환인데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나 소액 주권행사 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펀드에서 행동주의가 필요한 건 맞으나 행동하는 주체들의 윤리적 정당성이 담보되는지, 또 누군가 감시하고 공시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호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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