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우파…권위의 자리서 내려와라

자유기업원 / 2004-12-10 / 조회: 10,998       국민일보

한국 우파에게 지난 2년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잇따른 집권 실패는 우파에 대한 정치적 실망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수구꼴통’ ‘차떼기정당’의 꼬리표와 함께 사회적 이미지도 급전직하했다. 우파는 부패에 찌든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우파의 실패가 ‘그들만의 불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한 우파가 없다는 것은 보수적인 민심이 수용, 발현될 통로가 없다는 뜻. 이런 이유로 좌우의 균형추를 맞춰줄 건강한 우파를 기다리는 목소리는 커져가는 상황이다. 지난 반세기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우파. 그들에게 회생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

◇한국 우파의 태생적 한계=한국 우파의 주축은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의 산업화 세력이다. 흔히 한국 우파의 뿌리를 일제 치하 친일 지주와 부역자 그룹에서 찾지만 이는 무리한 확대 해석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친일 대주주 등은 해방 후 토지개혁과 6?26 전쟁으로 대부분 몰락했고 현재의 우파는 전후 산업화 세력. 이들이 집약적 근대화를 위해 이용한 것은 국가 권력, 즉 군사 독재였다.

최근 출범한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맞고 있는 신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식민지, 전쟁, 분단 등 격변 속에서 개발 독재를 통해 근대화를 이룩했다”며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 우파 대신 권위적 우파가 다수를 점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서구 우파와 달리 국가주의로 단기간에 근대화를 성취한 한국의 우파는 쉽게 독재와 부패의 길을 걸어갔고,90년대 경제발전,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변신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삼 정권의 실패를 우파 몰락의 결정적 계기로 평가했다. 조 교수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연합했던 김영삼 정권은 외환 자유화 등을 통해 의욕적으로 세계화를 시도했지만 국제투기자금에 휘둘리는 등 실패했고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우파의 몰락을 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산업화 세력이 고수해온 박정희식의 국가 주도 경제정책이 97년 IMF 위기로 그 한계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이념적으로 국가를 통합해온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 역시 실효성이 없어졌다”며 “우파는 빈 공간을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채우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부 교수 역시 “반도체, 정보기술(IT),생명공학 등 새 산업 모델이 모색되고 있는데도 우파는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한 박정희식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전한 우파로 거듭나기 위해=우파가 진보 세력의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혁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은 “자유주의는 수구 보수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 능력과 변화에 대한 열린 자세를 전제로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재인식하고 혁신의 자세를 회복할 때 한국의 우파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마련하는 것도 절실하다. 조성환 교수는 “북핵, 보안법 등 실체가 없는 이념 논쟁 대신 21세기 경제 비전과 교육 등에 대해 실체적인 정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예를 들면 한국 대학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집권의 재정을 어떻게 분권화해나갈 것인가 등 21세기 한국 사회의 선진화 청사진을 내놓았을 때 우파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유주의연대 등 소장 학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은 비전 모색을 위한 시도의 하나.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 통합의 노력을 지적하기도 한다. 조국 교수는 “경제성장에서 일정 정도 기여했음은 무시할 수 없지만 올드 라이트는 일관되게 약자와 공동선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오직 야만적인 경쟁만을 주장해 왔다”며 “우파가 사회적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의 성숙 수준에 맞는 복지와 분배에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미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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