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학파의 '행동 공리', 즉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라는 명제에는 매우 많은 오해가 있다.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이 명제는 '비가언적' 진리에 해당한다. 즉 특정한 조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전제도 필요로 하지 않는, 보편타당하고 절대적인 객관적 사실"이다. (이것이 오스트리아학파가 공리를 공리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오늘날 현대 기하학에서 공리의 의미가 거의 상실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리의 '비가언적' 성격을 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전통적 학문에서, 공리란 곧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명제"를 의미하였다.) 따라서 행동 공리 그 자체와 그것으로부터 논리적 오류 없이 연역된 법칙의 진리요구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 혹은 형식논리학과 대등한 지위에 있다. 즉 "1+1은 2이다", "평면에서의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결혼하지 않은 모든 사람은 결혼하지 않았다" 따위의 논리적 명제와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모든 정부행동은 비효용을 창출한다"라는 경제학 명제는 동등하게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의 직관은 '행동 공리'가 그들의 가열한 선언만큼 보편타당하진 않다고 말해준다. 직관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 특정 명제의 진리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행동 공리'를 폄하하고자 노력한다. '행동 공리'에 대한 대표적인 오류는, 그 명제가 함의하는 용어를 잘못 이해하거나, 범주를 착각한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인간행동학과 심리학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명백히 다른 두 영역을 혼동하곤 한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종종 무의식적이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다. 무의식은 의식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목적지향적이지 않다. 이 때 인간의 양태는 합목적성을 띄고 있지 않다. 예컨대 우리는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흔드는 등의 신체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는 분명히 무의식적이고, 따라서 목적을 수반한 행동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말에서는 명확한 구별이 되어있지 않지만, 영어에서 '행동(Action)'과 '행위(Behavior)'는 명백히 다르다. '행동'은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혹은 동물로서의 반사신경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종 행동과 행위 사이의 구별이 몹시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범주적으로 볼 때 '합목적성을 띈' 행동과 '무의식적인' 행위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인간행동학과 그것의 가장 발전된 세부 분야인 경제학에서 다루는 것은 전자이며, 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후자의 존재는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라는 명제의 반박사례가 되지 못한다.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기한 명제를 반박하려면 목적을 갖지 않고, 의식적이지 않은 행동의 사례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합목적성'을 함의하기 때문에, 이는 "결혼한 총각"만큼이나 자기 모순이다.
인간 행동의 원인, 즉 누군가 어떤 행동을 행할 때, 어떤 이유로 그 결정을 내렸는지 역시 경제학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것 역시 심리학의 영역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삶의 배경, 가치관, 지식, 잠재의식 따위의 많은 심리적 요소가 행동의 근저에서 무의식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스트리아학파의 요지는 그러한 외부요인적 설명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인간행동의 법칙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미제스는 우리가 이성과 자의를 통해서 행동을 언제나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행동하였던 간에, 그러한 결정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상품들 사이의 가격을 형성한다는 점에는 이견에 여지가 없다. 인간행동학과 경제학은 인간이 선택을 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주목하며, 선택, 결과, 목적, 수단 따위를 탐구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자유의지의 문제라는 민감한 규범에 의존하는 연약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보다 풀어서 말하자면,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잠재의식에 완전히 지배받는다고 해도, 또 우리가 사실 자유의지가 없이 그저 돌멩이와 같은 수준의 존재론적 지위에 불과한 기계인형에 불과하다고 한들, 오스트리아학파의 '행동 공리'는 여전히 유효하고 타당하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학파 인식의 출발점이 외부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내면적 반성, 즉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있으며, 그 탐구대상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원인과 결과가 구별되는 목적론 범주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학파 인식론은 동일율과 비동일율 원리가 타당하다는 전제하에, 귀류법적으로 이 원리에 어긋나는 견해들을 쳐내가는 방식으로 논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긴 어렵다. (기술해본 결과 대략 14페이지 가량이 소모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요약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논리의 초석은 동일율과 비동일율이다. 즉 "A는 A가 아니다" 따위의 명제는 성립할 수 없다. 2. 동일율과 비동일율이 언제나 타당하다는 점은 곧 선험적인 객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동일율과 비동일율에 입각하여 발견할 수 있는 객관적 진리는, (a) 관찰경험으로 파악할 수 있는 후험의 영역이 아니라 내면적 반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선험의 영역에 속하는 경우, (b) 다른 모든 명제가 그것을 암시하고 있거나, 그것을 부정하려는 모든 시도가 곧 자기모순에 직면할 경우에 성립된다. 4. 그러한 무전제적이고 절대적으로 타당한 선험적 진리 중 하나에 '행동 공리'가 포함된다. 행동 공리에 반박하려는 모든 시도가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의식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5. 여기서 그것이 목적을 가지며 의식적이라는 점은, '목적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시간적으로, 논리적으로 행동이 일어나기 이전에 그러한 선택이 선행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6. 행동은 선택과 결과 사이의 목적론적 인과성을 함의한다. 이 점에서 인간의 행동은 의도적이고 목적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택과 결과 사이에 시간적으로, 논리적으로 격차가 있으며, 그 과정을 메꾸는 것은 인간의 목적지향성과 의도성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A 시점의 인간 B가 선택지 C, D, E 중 C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결과로서 F가 발생했다는 점은, 인간이 목적지향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선택과정에 잠재의식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다분하며, 외부 관찰자에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이 소위 말하는 무의식적인 선택일 수도 있으나, 주관의 입장에서 그것은 언제나 '스스로가 원인이 되어' 선택했다는 점에서 [강조하지만,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 사물들은 스스로가 원인이 되지 못한다.] 의도적이다.
논지를 요약하며 글을 마친다. 1. 인간행동학과 심리학은 서로 다루는 범주가 다르다. 인간행동학은 '행동'을 다루며, 심리학은 '행위'와 행동의 원인에 대해 다룬다. 2. 인간의 의도적 행동의 원인으로 무의식이 지적될 수 있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인간행동이 의도적이라는 점을 반박할 근거로 작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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