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기본 소득제 (Universal Basic Income: 기존 재산 보유 정도, 소득 유무, 취업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월 또는 연단위로 정부 재정으로 지급하는 복지제도)는 한동안 정치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그런데 급진적인 좌파와 자유시장 우파, 양쪽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달리던 기본 소득 마차는 이번 주 거대한 장애물에 부딪혔다.
핀란드는 최근 복잡한 조건부 복지 수당 대신 조건 없는 일괄 지불 복지 수당을 지급한다는, 듣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구상의 실제 효과를 입증할 중대한 실험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험 결과, 아무런 조건 없이 뿌리는 현금을 특히 납세자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본 소득에 대한 핀란드 정부의 열정은 갑자기 식어버렸다.
기본 소득 지지자들이 핀란드에서 배울 점은,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정책이 적어도 당분간은 정치적으로 가능한 영역 밖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류가 되기에는 그저 너무 앞선 유행일 뿐이다.
하지만, 기본 소득의 진짜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요즈음, 자동화로 인한 문제들의 손쉬운 해결책으로 기본 소득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마크 카니 (Mark Carney)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우려하길, 로봇이 등장하면 빈부 격차가 훨씬 더 커질 것인데, 이에 대응할 방편이 기본 소득이라는 것이다.
모든 일은 기계가 할 것이고, 그 모든 수익은 기계 주인이 가질 것이다. 그러니 그 수익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서 기계가 없는 우리들에게 기본 소득을 나눠주라. 기본 소득 지지자들의 주장은, 자동화로 인한 빈부 격차와 실업이 초래할 불쾌한 정치적 혼란을 기본 소득으로 피해보자는 것이다.
그런 식의 접근은 단순한 오진(誤診) 정도가 아니라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헷갈리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소장, 아서 브룩스 (Arthur Brooks)는 이번 주 런던의 정책연구 센터(Centre for Policy Studies)에서 “포퓰리즘 시대에 사람들 끌어 모으기”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같은 정치적 분노의 표현은, “우리 시대가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 돕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사실로 일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룩스에 따르면 이는 미국에서 “절망의 죽음(death of despair: 미국의 저학력 백인 중년층 사망률)” 급증이 보여주는 불행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감정의 산물(産物)이기도 하다. “보수주의자로서 우리는 '모든 사람을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 정책이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도울 것인가?” 묻지 않고 “이 정책이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가 더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덜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을 기본 소득에 적용해 보면, 기본 소득은 한참 못 미치는 정책이다. 누구나 적어도 무언가 하나에는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고 사람들을 그저 자선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기본 소득은 패배의식의 시인(是認)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꼭 노동시장에 필요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가능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일은 자신이 필요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중요 요소이다. 그리고 일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지급하는 기본 소득은 일해서 번 소득과 결코 같을 수 없다. 자신이 쓸모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가처분소득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
실업의 결과가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서듯이, 실업의 원인이 경제적 조건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
미국에서 생산연령대 (25-54세) 남성 10명 중에 한 명 이상이 일을 하지 않거나 구직 중에 있다. 그 수가 칠백만 명에 달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이 육아와 살림을 하는 추세라 해도, 이런 변화가 양성평등의 승리는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그들이 원래보다 더 많이 아이들을 돌보거나 집안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는 실업자가 많이 있지만 동시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는 마을들이 있다.
기본 소득을 둘러싼 논란은 왜 어떤 사람은 일하고 왜 어떤 사람은 일하지 않는지, 그 복잡한 내면을 읽어내지 못한다. 로봇이 그들의 일자리를 대신하든 아니든, 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의 예측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면한 문제나 예상하는 문제들을 솔직히 따져본다면, 그 해답은 사람들이 다시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브룩스의 처방에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본 내용은 https://capx.co/useless-basic-income/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번역 :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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