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속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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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권유빈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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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이 꿈인 나는 방학이 되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시작은 바로 항공권 예약이다. 비행기만 예약하면 여행 계획의 절반은 해결되기 때문이다. 또,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더 비싼 가격에 예약해야 한다. 그런데 왜 출발일에 가까워질수록 항공권은 더 비싸질까? 그 속에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숨어있다.
지난 여름,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출국 3달 전 항공권을 예약했다. 미리 산 덕에 성수기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뒤 다시 검색해보니, 같은 항공권이 훨씬 비싸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항공사가 이윤을 위해 출발일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일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기에 따라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것은 시장이 '가격’이라는 신호를 통해 자원을 배분한 것이었다. 좌석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휴가철이 되면 여행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공급이 일정한 상태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가격이 오르면 일부 소비자는 여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 좌석을 가져가게 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물론 항공사의 이윤추구 전략도 작동한다. 항공사는 소비자의 특성과 수요 패턴을 분석해 '가격차별’을 활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한다. 가격차별이란 같은 제품의 가격을 서로 다른 고객들에게 다르게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차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항공사의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자기선택’을 유도하는 간접적 가격차별로 볼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스스로 가격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비행기라도 일찍 예매한 사람, 당일 급하게 예약한 사람, 특정 요일을 선택한 사람의 요금은 다르다. 이들에게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겉보기엔 불공정해 보여도, 이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전략이다. 일찍 예약하는 사람은 가격 변화에 민감하고, 급하게 출장을 가야 하는 사람은 가격에 상관없이 반드시 구매한다. 가격 변화에 민감하면 '탄력성이 높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력성이 낮다’고 하는데, 기업은 탄력성이 높은 고객에겐 저렴하게, 낮은 고객에게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여행인가요, 출장인가요?”라고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자연스럽게 고객을 구분한다. 여행이 목적인 고객은 탄력성이 높으므로 저렴한 가격에 미리 구매하려고 할 것이고, 출장을 떠나는 고객은 몇 달 전부터 미리 구매하지 않고, 출발일에 임박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 항공사는 이렇게 '간접적 가격차별’을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가격차별은 시장이 소비자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또, 소비자 잉여를 최대한 기업 이윤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단이다. 비탄력적인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탄력적인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소비자 집단을 스스로 분리되게 만들고, 단일 가격을 책정했을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차별 전략은 기업의 이윤극대화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소비자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저렴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비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 즉, 이 구조가 공정하게 작동하려면 자유로운 경쟁과 투명한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늘날 항공권 비교 사이트나 앱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최저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의 비대칭이 줄어들고 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쟁과 정보 개방은 가격차별이 불공정이 아닌 합리적 조정으로 기능하도록 돕는다.
항공권 속에는 자유로운 거래와 가격의 신호, 그리고 효율적 배분이라는 시장의 원리가 담겨 있다. 출발일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단순히 항공사의 탐욕이 아니라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항공권의 가격 변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현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