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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의 비용, 암표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콘서트 티켓 가격 통제의 역설

글쓴이
국예준 2025-12-12

1. 클릭 전쟁과 암표의 등장


매년 수많은 인기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 날이 되면, 팬들은 전쟁을 치른다. 수십만 명의 대기자가 몰리는 '클릭 전쟁'에서 살아남아 정가 10만 원짜리 티켓을 손에 넣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하지만 잠시 후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암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그 10만 원짜리 티켓이 50만 원, 심지어 10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는 이 암표 문제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많은 사람들은 암표상을 비난하며, 이들의 불법적인 이윤 추구를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요구한다. 그러나 암표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교묘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먼저 티켓 시장에 적용된 가격 통제(Price Ceiling)의 역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2. 가격 통제의 역설 : 초과 수요의 창조


콘서트 티켓의 정가 10만 원은 시장에서 형성된 균형 가격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이 콘서트에 가기 위해 팬들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금액(수요 가격)이 30만 원인데, 주최 측이 팬들의 부담을 줄이거나 '공정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10만 원으로 낮게 설정했다면, 바로 초과 수요(Excess Demand)가 발생한다.


초과 수요는 공급량(한정된 좌석 수)보다 수요량(티켓을 구매하려는 사람의 수)이 훨씬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주최 측이 설정한 최고 가격(Price Ceiling) 아래에서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여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자율적인 조정 능력이 상실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족분(Shortage)을 채우기 위해 비공식적인 시장, 즉 암표 시장이 태어나는 것이다.


암표상은 이 가격 통제 덕분에 발생하는 가격 차익(Price Differential)을 손쉽게 얻는다. 10만 원에 티켓을 구매하여 50만 원에 되파는 행위는, 시장의 실제 가치(50만 원)와 인위적으로 낮춰진 가격(10만 원)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이윤이다. 만약 주최 측이 애초에 시장의 실제 수요를 반영하여 티켓 가격을 30만 원이나 40만 원으로 책정했다면, 암표상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졌을 것이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신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외부로 터져 나온 것이다.


3. 비효율적인 배분과 기회비용


가격 통제는 티켓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에게 배분하는 데에도 비효율을 초래한다. 정가 10만 원에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순전히 '운'이나 '기술', 혹은 비시장적 배분 방식에 의존하게 만든다.


시간과 노력의 낭비: 팬들은 티켓팅을 위해 수 시간 동안 대기하거나, 고성능 컴퓨터와 유료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한다.


가치의 전가: 티켓을 손에 넣은 사람 중 일부는 정작 콘서트에 갈 생각이 없더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암표상에게 티켓을 넘긴다.


결국 티켓은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 (즉,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팬)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빨리 클릭했거나 가장 좋은 매크로를 가진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 암표상에게 50만 원을 지불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고, 티켓에 대한 자신의 진정한 가치(True Value)를 돈으로 지불하는 행위'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암표 시장은 가격 통제로 왜곡된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그러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티켓을 재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4. 시장경제적 해법 : 가격 자율화와 공급의 확대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경제적 해법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작동 원리를 복원하는 데 있다.


첫째, 가격 자율화(Dynamic Pricing)를 고려해야 한다. 주최 측이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티켓 가격을 유동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면, 암표상이 가져가는 초과 이윤을 주최 측이 가져가게 되어 정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공연 품질 향상 및 공급 확대로 재투자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시장 균형에 가까워질수록 암표 거래의 유인은 줄어든다.


둘째, 공급의 확대이다. 대형 공연의 횟수를 늘리거나, 라이브 스트리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초과 수요를 줄이는 가장 건강한 방식이다.


암표상은 악덕 행위자로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가격 통제라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의 부산물이다. 콘서트 티켓 문제는 우리에게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가르쳐준다. 가격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정보를 담고 있는 강력한 신호이며, 이 신호를 왜곡할 때 시장은 비효율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교훈이다. 진정으로 팬들을 위한 시장을 만들려면, 가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