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배달 앱 수수료 딜레마 : 자영업자의 고통과 소비자의 냉정한 선택

글쓴이
정하은 2025-12-12

1. 사장님의 한숨 속에 울리는 '띵동' 소리


“띵동, 배달의 민족 주문!”


일요일 저녁 7시, 내가 일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에는 배달 주문이 끝도 없이 밀려든다. 그러나 줄줄이 주문이 들어오는 와중에도 사장님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주말 평균 약 80건의 주문 중 55건 이상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을 통한 주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달앱 주문은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인 수익이 터무니없이 낮아지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우리 사장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성행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수수료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2024년 조사 결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매출 대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4%이며, 치킨집의 경우 배달 플랫폼 수수료 비중이 인건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을 통한 배달 주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여 자영업자는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며 플랫폼을 떠나지 못한다.


2. 소비자의 선택, '거래 비용 최소화'라는 시장의 언어


이러한 플랫폼을 통한 주문 외에도 전화주문을 통한 가게배달, 배달특급과 땡겨요 등의 공공 배달앱, 방문 포장 등의 방법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플랫폼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4년 기준 배달의 민족 월간 이용자 수는 2,250만 명에 달하며, 쿠팡이츠와 요기요를 합치면 3,000만 명을 훨씬 넘는다. 이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이용자 중 55%의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앱을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배달료와 쿠폰 등 플랫폼별 상이한 가격차이를 비교하여 구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경제 사회에서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선택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뉴스에서 수수료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이 나올지라도 소비자들은 당장 눈앞에 놓인 상품의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비교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한다. 자영업자들은 할인이나 서비스 등을 통해 전화주문을 통한 가게 직접 배달이나 자사 어플리케이션, 땡겨요 등의 공공 플랫폼의 이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은 플랫폼을 이용 시 얻는 편리성과 신뢰성에 비해 체감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 우리 매장의 경우, 플랫폼을 이용했을 때는 배달료가 1,000원 내외 이거나 무료인 경우가 많지만, 전화나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 시 4,000원가량의 배달비를 모두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며, 오히려 배송이 느린 경우도 더 많다. 또한 플랫폼 이용 시 리뷰를 통한 서비스와 의견 제출, 고객 서비스를 통한 빠른 문제 해결 등이 가능하지만 이외의 방법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렇듯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네트워크 외부성과 가치 우위로 소비자들은 굳이 비싼 배달료를 내면서까지 자영업자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3. 장기적인 위험: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 사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거래 비용 최소화를 위해 플랫폼을 선택할수록, 그 비용은 결국 업주에게 전가되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가격 전가 현상을 유발한다. 플랫폼이 업주에게 배달료를 전가시키는 무료 배달 등의 전략을 펼치면, 업주는 가격 이중화를 통해 메뉴 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는 단기적인 편리함의 대가가 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플랫폼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내포한다.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는, 배달 앱 시장처럼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지배하는 과점 상황에서는 그 효율성을 잃고 시장 실패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부딪힐 때,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4. 균형점 모색: 혁신과 현명한 소비, 그리고 개입


따라서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만 비난하거나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는 단순히 수수료에 대한 감정적인 호소나 불만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활용하여 플랫폼 사용자들을 가게 직접 배달 등으로 유도할 혁신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장 할인 폭을 플랫폼 가격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이거나, 전화 주문 시 배달 시간을 명확히 보장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 역시 당장의 쿠폰이나 무료 배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물가 상승이라는 숨겨진 비용을 고려한 현명한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과점화된 플랫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와 같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비합리적인 비용 전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우리 사회에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