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활활 타오르며 고공 행진을 할 때면, 여기저기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지지율을 의식한 정부는 이런 요구에 화답해 물가를 억제하는 소방수 역할을 자임한다. 또한 근로자의 삶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여론에 편승해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가가 변동할 때마다 정부가 매번 개입해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온당할까?
모든 시장 경제가 으레 그렇듯 물가 변동기에도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생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가격은 시장 거래 당사자들 간의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신호등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듯이 수요가 공급보다 크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보다 크면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이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화를 낭비 없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장 경제 시스템의 근간이 된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순간 이런 시스템은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이는 정부의 정책은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급료를 받고 일하고자 하는 노동 공급자와 최저임금을 지불할 정도의 여력이 없는 고용자 간의 수요·공급 균형점 상실이란 결과를 초래한다. 시장에 맡겨놨다면 거래됐을 당사자는 최저임금이라는 높은 벽 때문에 각각 구직과 구인에 실패하는 결과를 냈다.
그렇다면 전기·가스·석유와 같은 중요한 자원의 물가가 급상승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유용하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재화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자신의 수요량을 줄여서 물가 상승에 대응하게 된다. 수요가 줄면서 이러한 자원은 필요한 사람만이 높은 가격에도 구매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이들은 수요량을 줄여 재화의 가격은 서서히 안정적으로 조정된다.
하지만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물가를 내리는 순간, 부족한 공급에 맞춰 줄어들어야 할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며 이 자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원을 획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누군가는 전기·가스·석유 등이 부재한 경우 파산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런 자원을 최소한으로만 써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지면, 부족한 공급량에도 다수의 수요량이 발생하면서 상품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상품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시장에 맡겼다면 공급 부족에 맞춰 올라간 가격에 맞게 자원이 덜 필요한 사람은 소비를 줄이고, 자원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소비를 늘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졌을 상황이 왜곡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족한 공급에도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 상황은 줄어들어야 할 수요를 더욱 부추겨 자원의 가격 상승을 더욱 가속화 할 위험을 키운다. 이 역시 시장에 맡겼다면 부족한 공급량에 맞게 높아진 가격에 맞춰 수요량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잡힐 수 있는 가격을 정부의 개입이 도리어 상황을 악화한 경우다.
가격이 상승해서 원성이 자자했음에도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의 자생적 힘으로 해결한 사례로 우리는 이동통신 사업을 주목할 수 있다. 그간 이동통신은 3사(SK, KT, LG)가 과점 체제를 이루어 고가의 통신 요금이 문제라는 비난이 비등하며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곤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있기도 전에, 시장은 금세 해결책을 마련했다. 틈새시장을 노리며 저가 요금을 제공하는 3사 알뜰폰이 등장한 것이다. 불과 수천 원 요금으로 상당량의 데이터 요금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인터넷+TV+스마트폰 패키지로 요금 할인을 받는 사람은 기존 3사를 활용했고, 휴대전화 요금만이 중요한 사람은 알뜰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이동통신 3사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렸을 것이고, 알뜰폰이란 시장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위적 가격은 알뜰폰이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현재 알뜰폰으로 혜택을 보는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이렇듯, 시장 경제는 가격을 신호등 삼아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정 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시장을 무시한 인위적 개입은 비효율을 야기한다. 도로에서 신호등을 무시하면 사고가 나고, 교통 체증이 극심해지는 것처럼 가격을 무시한 개입은 비효율적 경제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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