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주의의 관점에서 시장경제를 볼 때, 자본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가 환경오염을 가속한다고 보통의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환경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환경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시장경제와 환경주의는 반대되는 개념이고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실제로 시장경제가 환경오염을 가속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K-pop 아이돌의 앨범 시장의 사례이다. K-pop 아이돌의 앨범은 단순히 CD만 담겨있는 플라스틱 앨범에서부터, 포토북, 포토카드,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가 담긴 앨범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소속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앨범을 많이 구매하면 아이돌 팬사인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펼쳤다. 또한 포토카드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고, 앨범 하나당 하나씩 랜덤으로 제공해서, 팬들 사이에서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같은 앨범을 반복해서 사는 '앨범깡’이라는 문화도 생겼다. 시장경제가 환경오염을 가속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사례를 보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앨범을 팔기 위한 소속사의 전략이 환경오염을 가속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사례만 보면 이 주장은 옳은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때문에 나타난 이 문화는 또다시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할 때, '소비자’의 힘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중요하게 다뤄지고, 소비자의 선택은 시장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소속사들은 앨범 출시 시의 반응을 살피고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니즈를 파악하고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할 수 있고, 수요가 줄면 기업은 그에 대응하여 요구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그만큼 '소비자 주권’은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똑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문화가 환경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소비를 줄이거나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면, 기업은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생각의 전환을 통해 다른 형태의 앨범을 제공하여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실제로 가능하고, 현실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K-pop 아이돌 앨범 시장에 등장한 위버스 앨범과 NFC 앨범이다. 위버스 앨범은 QR코드로 앱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실제로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실물 CD 대신 QR코드와 '앨범깡’ 방지를 위해 모든 종의 포토카드를 담은 위버스 앨범을 출시했다. NFC 앨범은 말 그대로 NFC 기술을 이용한 앨범이다. NFC란,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을 의미하는데, 작은 카드 형태의 앨범을 스마트폰에 대면 사진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돌그룹 'NCT DREAM’이 실물 CD 대신 NFC와 앱을 이용한 앨범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례 모두 지류로 된 상품을 큰 부피로 제작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난 스마트 앨범의 예로, 나올 수 있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같은 상품을 더 친환경적인 형태로 제공하였다.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고, 앨범의 기존 틀을 깬 생각의 전환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K-pop 아이돌의 앨범 산업에서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점차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원래 존재하던 종이 앨범을 없애고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변화시켜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변화는 자본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가 환경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고, 공존하며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시장경제가 환경오염을 가속하기만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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