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장가격과 최저임금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경영의 어려움에 처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재앙이 초래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가 경험한 바다. 최저임금을 최대한 높여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그들을 곤경으로 몰아넣은 게 우리가
겪은 생생한 경험이다. 왜 이렇게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매우 강한 투쟁력을 보이던 때의 일이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을 재량에 의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전교조는 조합원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교재를 내려보내 교육하게 했다.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버스 운전기사, 청소부
중 누가 가장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할지를 놓고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킨 뒤, 청소부는 생활환경을 깨끗이
함으로써 우리 삶의 질을 높이니 높은 임금이 주어져야 하며, 버스 기사의 경우 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있으니 역시 높은 임금이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했다.
누가 가장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와 관련,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대체로 가장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대학교수를 꼽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은 물론 돈을 투자했으니 당연히 대학교수들이 가장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일견 그럴 듯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대답은 틀렸다.
시장경제는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사람에게 가장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지 않는다. 예컨대 과자를 만드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의 과자를 가장 높은 가격으로 사주지 않는다. 사람(소비자)들은 가장 맛있는 과자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만든 과자에 더 높은 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어떤 과자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 따라서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은 물론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므로 그에게 가장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그래서 물어봤다. 청소부가 쾌적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주므로 가장 높은 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청소부 일은 어떤 특별한 기술과 같은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청소부가 되겠다고 나설 때 누가 청소부 일을 맡게 되겠냐고. 팔은 안으로 굽으니 임명권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 일을 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답이 가장 많았다. 뇌물은 많이 바친 사람이 그 일을 맡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다 틀렸다. 그럼 누가 청소부 일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정답은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적정한
가격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시장에서
임금, 곧 노동의 가격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호가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 반드시 부작용(나쁜 결과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정부의 개입이란 결국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 당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그런 이치에 의한 결과였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소득이 올라간다. 하지만 노동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근로자 총소득은 현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정부가 노동시장을 포함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부정부패의 소지도 생긴다. 특정
집단에 혜택을 몰아주거나 특정 집단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르면 12월 시범 운영이 시작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와 관련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 원, 월 환산액으로 주 40시간 기준(주휴수당
포함) 201만 580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서비스 이용자를 직장에 다니며 육아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 부모, 임산부 등을 중심으로 한다는데, 이
경우 극히 일부 부유층이 아니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그럼 외국인 가사노동자 최저임금제 적용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저임금제가 회의적인
또 다른 측면도 있다. 그동안 건설 현장은 한국 사회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속칭 '노가다’라는 힘든 일을 젊은이들이 기피하자 그 자리를 조선족이 채워왔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조선족이 줄어들며 동남아‧중앙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젊은 조선족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무시당하느니 중국 대도시를 선택한 결과다.
간병인과 가사도우미
등의 일도 마찬가지다. 그간에는 조선족이 많이 쓰였는데, 이제는
조선족마저도 일이 힘들다며 기피하면서 조선족 가사도우미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자연히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고, 월 300만 원 이상은 줘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300만 원 이상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된 마당에 200여만 원의 최저임금제 적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언어 소통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 동남아 등
출신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긴 하다. 그들은 조선족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할 것이기에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또 시장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인가이다.
기여도(생산성)와 상관없이 고임금이 정부에 의해 강제된다면 고용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이 나타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근로자를
위해 만든 제도가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제는 시장을 교란할
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최저임금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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