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그가 나치를 앞세워 유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나누는 동안 독일 국민들은 열광했다. 유태인들은 열등한 종족이어서 그렇게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이라크의 통치자였던 사담 후세인은 1988년 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10만명의 쿠르드족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국민들의 묵시적 동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권력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반대파 탄압과 착취는 인류가 등장한 이래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인간의 악행이다.
우리 역사도 그리 다르지 않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그의 유언인 훈요십조를 통해 금강 이남의 사람을 관직에 등용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성계의 조선은 함경도 사람을 차별해서 그것이 결국 홍경래의 난으로 이어진다. 36년간의 강점기 동안 일본도 조선인을 차별하고 착취했다.
국민들을 편 갈라서 그 중 일부만을 우대하고 다른 쪽은 착취하는 정부는 결코 좋은 정부가 아니다. 정부에게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자기 땅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의 생명과 재산까지도 보호해준다면 더욱 훌륭한 정부다. 오랜 기간 동안 번영을 누렸던 국가는 그런 정부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가 그토록 오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자기가 정복한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자국민과 동일한 시민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 각자의 출신이나 생김새, 피부색, 종교, 돈의 많고 적음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정부는 차별 없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차별 없이 집행해야 한다. 법을 어기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누구이든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이 국민을 공정하게 대하는 방법이다. 자유는 그런 환경 속에서만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차별을 없앤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는 각자의 노력과 선택과 운에 달려 있다. 성공이든 실패이든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도 각자가 책임을 지게 해야 자유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다른 누군가에 나눠주기 위해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정부는 또 다른 차별을 시작하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일, 그것이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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