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물속에 머리를 넣는 일은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수영은 배울 수 없다.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몇 번은 물도 먹을 각오를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수영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그 첫 단계만 넘기면 누구나 수영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개방이라는 것이 그렇다. 세계적으로 좋은 제품들과 겨루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내는 일은 불가능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무섭더라도 물속에 머리를 담그기 시작하면 서서히 우리의 운동신경이 깨어나듯이, 지금은 무서워 보이는 그들과 경쟁을 시작하면 우리의 잠재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런 증거들을 여러 번 보아 왔다.
우리나라의 가전업체들이 세계 시장에 처음 제품을 내밀었을 때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싸구려 삼류 제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경쟁에 당당히 맞섰고, 그 결과 디자인과 품질과 가격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랐다. 이제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들은 SONY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20년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해낸 것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건설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의 발주자들은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온 이름 없는 건설업체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의 건설업체들은 싸구려 하청업체 노릇을 해야 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도저히 넘을 수 없어 보였던 벽을 우리의 건설기업들은 훌쩍 넘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건설기업들이 되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국내 시장을 버리고 낯설고 두려운 세계 경쟁에 나선 결과다.
이제 서비스업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초ㆍ중ㆍ고등학교, 대학교와 병의원과 로펌(변호사 사무실), 방송사 같은 서비스 조직들 중에 아직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현대건설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것은 없다. 그건 선생님들과 의사들과 변호사들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보다 교수나 선생님, 의사, 변호사, PD가 된 분들의 머리가 더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이 세계 수준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문을 닫아 놓고, 정부의 보호 속에 안주해 왔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찾아오고, 세계인들이 치료를 받으러 한국의 병원을 찾게 될 때, 또 이기기 힘든 사건의 해결을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의 변호사를 찾게 될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스스로 개방해서 외국기업ㆍ외국인과의 경쟁에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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