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리뷰] `잠재적 범죄자` 낙인 불안 조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폭 완화 필요

자유기업원 / 2023-09-07 / 조회: 945

vol.10 중대재해처벌법.pdf


'잠재적 범죄자’ 낙인 불안 조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폭 완화 필요

▪ 모태 격인 영국 '기업살인법’에도 없는 징역형, 심지어 '하한형’ 도입해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

▪ 수십, 수백 하청업체와 거래하는 원청업체, 사실상 모든 중대재해 예방 조치는 불가능

▪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해당, 행정·인력·시설 눈덩이 증가에 “제발 완화해달라” 목소리 커



■ 들어가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 등에게 벌어지는 중대한 재해와 관련해 안전 및 보건의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도입된 법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줄이고, 사업자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예방 조치를 수립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2017년 노회찬 전 의원이 최초 발의해 21대 국회들어 통과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경제계에서 일제히 우려와 개정 필요 목소리를 내는 법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완벽하게 예측·방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장 환경에서, 모든 중대 재해의 책임을 사업자, 경영자에게 묻는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주, 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은 해외 유사 입법례와 비교했을 때, 처벌의 대상과 범위과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강도 역시 지나치게 수위가 높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준수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도 크다.


■ 주요 내용

중대재해처벌법은 총 4장 16조로 구성된 비교적 간소한 분량의 특별법이다. 2020년 1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앞서 중대재해에 대한 예빵 의무 사항을 명시하였으나 여전히 중대재해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반영한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은 중대재해의 정의와 종류, 보호와 처벌의 대상, 처분 수위 등을 담고 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법률안 개정 과정과 처리 현황

이 법은 당초 원안에 비해 처벌규정과 대상 기업의 범위 등 일부 내용이 완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경제계의 강력한 반발과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과잉 입법’ 우려의 목소리가 작용한 결과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바로 근로자 사망 사건 시 그 책임을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게 얼마나 높게 물을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당초 제안된 법안과 최종 통과된 법률안의 사망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형량을 비교해보면, 의원 발의 법안들이 더 높은 처벌 수위를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법은 2021년 1월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66인 중 찬성은 164인이었으며, 44인과 58인이 각각 반대, 기권 표결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반대와 기권으로 표결이 갈라졌다. 그리고 당초 이 법의 처벌규정이 일부 완화되는 과정에서 원안 처리 입장을 고수했던 정의당 의원들이 기권표를 던지며 사실상 이 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본회의 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대개 이 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대 입장은 두 부류로 나눠졌다. 주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법이 과도한 처벌과 '엄벌주의’만 따르고 있다며 경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실효성 미비 등을 주장했다. 한편 당초 정의당에서 추진했던 원안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 규정이 완화돼 사실상 입법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가 감소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일부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법안 평가

1. 모태 격 영국 '기업살인법’에도 없는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징역형 도입

세계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규를 운용하고 있고 국내법상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별도로 적용하는 특별법이 존재하는 국가는 영국·캐나다·호주 정도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 기 업 살 인 법 ’(the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은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참고 대상이 된 이른바 '모태’ 격에 해당한다. 그런데 실제 영국 기업살인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성격과 처벌의 대상, 수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항목별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은 사망을 제외한 나머지 재해에 대해서는 기업살인법이 아닌 작업장보건안전법 , 즉 국내법상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하는 일반법을 적용한다.근로자 사망 시 법인(회사)의 형사적 책임을 물을 뿐,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 대해서 과실 책임을 묻지 않는다. 따라서 형량 역시 벌금형만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벌금형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징벌적’ 성격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한편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별도의 중대재해에 대한 특별법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프랑스는 노동법으로 재해 발생 책임을 별도로 법인과 사업주에 묻는다. 독일과 일본은 형법 외에 별도 처벌 조항이 없다.


2. 해외 사례 찾기 힘든 징역 '하한형’,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1년 이상, 즉, 1년형을 '하한’선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대재처벌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체적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과실’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사업주·경영책임자가 고의적으로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도록 만드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형법이 징역형 하한형을 적용하는 경우는 주로 '고의범’에 해당한다. 예컨대 살인죄에 대해서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고의 방화범이나 상해치사범 등에 대해서 하한형을 두고 있다. 대부분 중범죄에 해당한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취지가 유사한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ㅡ제268조)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한형이 아닌 '상한형’에 해당된다.


중대재해 발생 시 적용하는 사업주·경영책임자 징역형을 하한형으로 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계는 2021년 3월 “기업경영을 총괄한다는 이유만으로 법 위반 행위자보다 주의감독(과실)의 책임이 있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더 무겁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우리나라 형법체계와 맞지 않다”며 법 개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3.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과도한 요구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가 규정한 '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경우에는, 주로 원청업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과도한 부담을 호소한다.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지휘, 운영하는 원청업체도 일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있어도, 그 책임의 정도가 가장 직접적인 경영권과 운영 권한을 가진 하청업체의 사업주·경영책임자와 동일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하청업체 근로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경우에는 원청업체에서 해당 근로자를 직접 관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 발생 예방의 의무가 있는 하청업체가 이 법을 이유로 발생 책임을 원청업체에 떠넘기는 부작용 역시 예상된다.


해외 유사 입법례를 살펴봐도, 원청업체에게 하청업체와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계약관계에 따라 책임을 비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4. 기업 규모 영세할수록 더 큰 비용 부담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공포 1년 후 먼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을 시행 적용하였고, 3년 후인 2024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가로 시행 적용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 이행에 따른 행정적, 비용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세한 기업 일수록 법 준 수에 어려움 이 커진다 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 면 기업은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하며,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ㆍ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춰야 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전문인력도 배치해야 한다.


2023년 7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평가 및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 응답한 50인 미만 사업장 총 250곳 중 40.8%는 2024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답했다. 58.9%는 2년 이상 법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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