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슈링크플레이션, 편법 아닌 왜곡된 정책 환경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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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수민 2026-04-08 , 마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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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묶여 있고 원가는 계속 오르면서 제품 용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소비자는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 / 시장 눌러 물가 관리? 불가능, 용량 줄이는 기업 비난 보다 올바른 정책 세우는 게 우선
슈링크플레이션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용량이나 크기를 줄이는 방식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정부는 정보 공개와 표시 의무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 현상을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만 규정하는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비켜간다.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산된 배경에는 고물가 국면에서의 강한 가격 억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식품·외식업체의 가격 인상은 곧바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인상 시기와 폭은 사실상 정부의 관리 영역에 놓인다. 가격은 묶여 있지만 원가는 계속 오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조정 수단은 많지 않다.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 비용을 흡수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용량 조정은 그중 하나다. 슈링크플레이션은 편법이 아니라 왜곡된 정책 환경이 만든 결과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주요 10대 치킨 브랜드 약 1만2560개 매장을 대상으로 조리 전 중량 표시제를 도입했다. 메뉴판과 배달 앱에 중량을 표시하도록 한 첫 제도다. 슈링크플레이션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가격 인상 압박은 그대로 유지됐다. 일부 업체는 부위 변경이나 구성 조정을 택했다. 중량 표시만으로 기업의 조정 유인을 없애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의 대응은 오히려 또 다른 왜곡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단위당 가격 표시 확대와 고지 의무 강화는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다. 하지만 가격 신호가 억눌린 상태에서는 조정 방식만 달라질 뿐이다. 품질 저하나 원재료 변경 같은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슈링크플레이션의 본질은 정보 부족이 아니다. 핵심은 가격 신호의 왜곡이다. 가격은 비용과 수요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시장의 언어다. 이 신호가 막히면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소비자 보호의 해법은 기업을 단속하는 데 있지 않다. 가격과 중량을 통제할수록 시장은 더 복잡해진다. 기업이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정직하게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다. 소비자는 그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을 눌러 물가를 관리할 수는 없다. 슈링크플레이션을 줄이고 싶다면 기업을 비난하기보다 정책을 돌아봐야 한다. 가격 신호가 살아날 때 소비자 보호도 가능해진다.
이수민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