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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노동 시장 위축 우려 커, 기업과 개인에 맡겨야

글쓴이
서지현 2026-02-10 , 마켓뉴스

지난 1월 20일, 정부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약 870만 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단체 결성권 등 8대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상위 노동 규범을 목표로 한다. 이는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한 노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편적 노동권을 강화하려는 국가적 선언이다.

특히 이번 법안은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해 입증 책임을 근로자에서 사업주로 전환한다. 노무 제공자가 요건만 제시하면 사업주가 반증하지 않는 한 근로자로 간주돼 퇴직금 등 강력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근로감독관의 자료 제출 권한까지 예고되면서, 민법상 계약 관계에 있던 이들이 사실상 노동법의 직접 영향권에 놓이게 되었다.

문제는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고용의 역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프리랜서 한 명마다 퇴직금과 4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 때문에 고용 자체를 포기하거나 자동화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법이 정작 그들의 일할 기회를 제한하면서 노동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플랫폼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 결국 시장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 비용은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노동 보호 강화가 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를 별도 지위로 보호하는 과정에서 기존 근로자보다 낮은 권리를 가진 '중간 계층’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법적 보호망이 확대될수록 기존 진입자의 기득권은 강화되고,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은 높은 장벽에 부딪혀 시장의 유연성과 역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혜 대상인 노동계에서도 법안에 대한 반대 기류가 존재하며, 전체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자율적으로 일하는 전문 프리랜서의 선택권이다. IT 개발자, 디자이너, 영상 편집자, 번역가, 마케터 등 상당수는 다수의 기업과 동시에 계약하며 성과 기반으로 일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 안정이 아니라 계약 자유와 이동성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이들을 사실상 특정 사용자와의 종속 관계로 묶게 되면, 소득 구조와 일의 방식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획일적 법 제정보다 시장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금지된 사항 외에는 모든 형태의 계약과 노동 방식을 허용하여 다양한 일자리 실험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해주기보다 기업과 개인이 상생 모델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정책적 인내가 필요하다.

고용 형태를 억지로 바꾸는 대신,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위험’을 줄이는 정책이 훨씬 효율적이다. 대금 미지급이나 불공정 계약 해지 문제는 공정거래 규칙과 표준계약서, 분쟁 조정 제도를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를 무조건 노동법으로 묶는 방식은 관료적 편의주의일 뿐, 실제로는 시장 왜곡과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진정한 노동 복지는 국가의 강요된 보호가 아니라 기업이 자유롭게 숨 쉬며 만들어내는 양질의 일자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관리자 역할을 내려놓고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낡은 규제의 대못을 뽑는 데 집중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계약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들판’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다.


서지현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