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넷플릭스 신화, ‘예외적 규제’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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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준세 2025-12-16 , 마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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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대여→온라인 주문과 DVD 우편 대여→월정액 구독→스트리밍 서비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하며 전략적 투자 감행, 플랫폼 경쟁의 룰 다시 작성하다
3억 160만 유료 회원 보유한 최대 구독형 미디어 플랫폼, 기업가 정신이 이끈 성공
AI시대, '예외적 허용’ 아닌 '예외적 규제’ 속에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 발현할 때
두둥~!
이 익숙한 소리, 다들 어디서 들었는지 감이 올 것이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그 플랫폼 바로 넷플릭스다. 이 소리를 당연한 일상으로 만든 힘은 단지 운이 아니라, 잘나갈 때도 스스로를 바꾸는 기업가 정신이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개척자인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의 여정은 직선이 아니었다. 그들은 불편함에서 기회를 포착했고, 창조적 파괴로 시장과 세상을 바꾸었으며, 과감한 시도로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의 태도가 여정의 성공을 맛보게 만든 것이다.
이들의 출발점은 작은 불편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었다. 헤이스팅스와 랜돌프는 비디오 대여의 반납과 연체료라는 작은 불편함을 아이디어로 삼았다. 그들은 실험과 토론을 거치며 온라인 주문과 DVD 우편 대여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1999년에는 월정액 구독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착안한다.
하지만 이 둘은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더 이상 DVD 대여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확신했고 이를 실천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인 'Watch Instantly’를 시작하며 잘나가던 DVD 중심의 사업을 스스로 파괴했다. 그 무렵 가입자는 약 750만 명으로 초기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의 발판을 만들었다. 방향을 먼저 튼 쪽이 흐름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했다. 두 사람은 외부 IP에만 의존하면 성장의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자 IP 소유자들은 공급을 줄이고, 조건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비슷한 형태의 자사 플랫폼을 출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 위기에서 과감한 시도를 다시 선택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방대한 시청 데이터와 시청자들의 취향 선호를 통해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연예인을 주연으로 선호하는가’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이것이 바로 2013년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원조, '하우스 오브 카드’이다. 이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각 지역의 시청 데이터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며 협상력, 차별화, 글로벌 동시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고 이는 플랫폼 경쟁의 룰을 다시 작성했다.
이 결단들은 결과로 증명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10년 즈음 글로벌 가입자는 약 8700만 명으로 불어났고, 오늘날 넷플릭스는 3억 160만 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최대 구독형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기업가정신이 성장을 이끈 사례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의 발현은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은 DMCA의 세이프 하버와 DRM 보호는 온라인 동영상 유통의 법적 불확실성을 낮춰 인프라와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그 환경적 효과가 스트리밍 구독 모델의 확산과 넷플릭스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했다. 여기에 JOBS Act는 새 회사가 상장할 때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단계적으로 가볍게 해 주어 자본시장 진입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도 해석이 복잡하고 규제 중심의 제도로 예측이 어렵다는 인식, 높은 진입·공시 부담이 남아 있어, 처음 한 발을 떼는 속도부터 조심스러워지기 쉽다.
IT가 새로운 세상을 연 것처럼, 다시 한 번 AI가 새로운 세상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기회 속에서 '예외적 허용’이 아닌 '예외적 규제’ 중심의 제도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기업가정신을 발현시킬 때다.
김준세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