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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글쓴이
장준호 2025-12-12

‘노란봉투법’, 의도는 좋지만 결과는 어떨까


시장경제는 결국 선택과 책임의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가 판단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가 유지되려면 기업도, 노동자도, 정부도 각자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기업이 자유로워야 일자리가 생긴다. 사람들은 기업을 ‘거대한 존재’로 보지만, 사실 기업도 시장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이 살아남거나 사라진다. 한 대기업 임원이 예전에 해주셨던 말씀을 기억한다. “우리가 투자 결정을 미루면, 결국 하청업체가 제일 먼저 타격을 받아요.” 대기업의 투자 결정 한 번에 수많은 중소기업의 일감이 생성되고, 그 일감이 지역 상권의 매출이 된다. 즉, 대기업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곧 노동자의 기회와 지역경제의 숨결로 이어진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이 필요하다. 법과 규제가 자주 바뀌거나, 최고경영자의 사업적 판단이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면, 자연히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의 위축은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대기업, 재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활력을 위한 이야기이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손해배상 부담을 줄이고, 노조 활동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다만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우려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책임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이 잘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지듯, 노조의 불법 점거나 폭력적 행위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이런 책임의 무게가 불균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이 약해지면, 대화와 협상의 유인이 줄고,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법이 불명확하거나 특정 행위의 불법 여부가 애매해지면, 기업은 위험 비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투자 감소나 고용 축소로 돌아온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던 법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셋째, 시장 내 협력의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노사 관계는 대립보다 협력에 그 본질이 있다. 기업이 성장해야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고,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기업이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다. 이 상호 의존의 관계가 법으로 한쪽으로 기울면, 서로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신뢰가 깨진 시장은 결국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익’과 ‘노동자의 권리’를 상이한 영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영역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기업이 성장해야 세금이 늘고, 세금이 늘어야 복지가 가능하다. 시장의 순환이 멈추면, 결국 피해는 가장 약한 곳부터 번진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단순한 이윤 추구의 체제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신뢰의 질서이기도 하다. 그 신뢰가 무너지면, 어느 한쪽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법과 제도는 자연히 더 세밀해진다. 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와 보호는 시장의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시장경제는 ‘서로를 믿고 거래하는 자유’ 위에서 작동한다. 기업은 자유롭게 투자하고, 노동자는 적법하게 협상하며, 정부는 그 질서를 공정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그 중 하나의 제도적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거나, 협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결국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법과 제도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지만, 그 바탕엔 늘 시장의 자율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 자유가 있어야, 내일 또 다른 카페가 문을 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자유가 있어야, 우리 모두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