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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를 통해 배운 시장 경제의 진짜 원리

글쓴이
오민혁 2025-12-12

ETF 투자 경험을 통해 본 시장경제의 흐름


2021년 군 복무 중 나는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변 동기나 선임들이 “카카오 샀다”고 말하길래 별다른 분석 없이 나도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덜컥 따라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올바른 판단이나 기업에 대한 분석 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한 대표적인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 행동이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투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ETF(상장지수펀드)라는 상품을 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ETF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OO회사에서 개최된 투자 대회였다. 당시 S&P500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고, 나는 TIGER 미국 S&P500 ETF에 투자했다. 개별 종목 대신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는, 나 같은 개인 투자자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선택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하나의 기업에 집중된 위험을 줄일 수 있었고, 다양한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있었다.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위험과 수익의 균형” 속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ETF는 이런 원리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종목 투자처럼 직접 분석하고 예측해야 할 부분은 적지만, 그 대신 시장 전체의 흐름에 올라타는 선택이 가능하다. 이는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자, 지나친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의 합리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ETF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금융회사 간의 경쟁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다양한 운용사들이 낮은 수수료와 안정적인 지수 추종 비율을 내세워 경쟁하면서, 소비자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선택지를, 더 나은 조건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경쟁 구조가 소비자 효용을 증가시키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술 발전도 이 변화를 가속화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ETF를 매수하고 자동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장 접근성 향상, 거래 비용 절감, 그리고 참여자 확대라는 측면에서 시장경제의 포용성 강화와 연결된다.


물론 ETF라고 해서 모든 면에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수의 구성이나 테마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나 분석 없이 투자한다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소수 종목에 집중되거나, 또는 과열된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ETF 등은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경제는 위험을 없애 주는 것은 아니라, 그 위험을 이해하고 감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구조인 것 같다.


그래도 나는 ETF라는 선택지가 개인 투자자에게 훨씬 덜 복잡하고, 좀 더 공정한 판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그냥 “다들 산다니까” 하는 마음으로 종목을 고르곤 했지만, 지금은 내가 뭘 사고 왜 사는지를 조금씩 따져보게 됐다.


요즘도 종종 증권사 앱을 열어 내가 가진 ETF들을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이 포트폴리오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짜였고, 어떤 흐름 위에 올라타 있는지. 나 혼자만의 선택 같지만, 알고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 새로운 평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시장경제의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