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이 바꾸는 시장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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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손유진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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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진화, 그 끝에 선 스테이블 코인]
우리가 돈을 쓰는 방식은 시대의 경제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물물교환에서 금화로, 지폐에서 신용카드로, 그리고 오늘날에 디지털 자산으로까지. 결제 수단이 진화할 때마다 사람들은 더 빠르고 안전한 거래를 원했고, 그 변화의 끝에는 지금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이 있다.
최근 신용카드나 기존 화폐를 대체할 미래의 화폐로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통과되며 제도권 안으로 들어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결제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 시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업계를 발 빠른 움직임에도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쉽사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무엇이며, 왜 전 세계가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을까?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치가 안정(Stable)적인 암호화폐(Coin)이다. 하지만 등락이 심한 비트코인과 달리, 특정 자산의 가치에 고정하여 가격이 설계된다. 일반적으로 달러나 유로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1:1로 고정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발행량에 상승하는 국채 등 법정화페로 표시된 고유동성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가치가 흔들리지 않아야만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불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만들어내는 시장경제의 변화]
이렇게 1:1 연동 메커니즘은 가상자산 생태계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시스템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은 개인·기업·국가적 측면에서 모두에게 새로운 효율을 가져온다.
개인에게는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의 장벽이 낮아졌다. 예를 들어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지금까지는 은행 창구나 앱을 통해 원화를 입금하고, 스위프트(SWIFT) 망을 거쳐 달러로 환전되어야만 수취인이 현지 은행을 통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1~3일의 시간이 걸리고, 환전 수수료와 송금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복잡한 절차 없이 P2P(구매자와 판매자) 형태로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환율 변동 걱정도 줄고, 수수료비용도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결제도 몇 초 만에 처리된다. 그리고 거래 기록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남아 신뢰를 보장할 수 있다.
기업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린다. 카드 결제나 해외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던 수수료를 줄이고, 대금 결제 절차를 단축함으로써 글로벌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담보로 잡은 자산을 이용해 돈을 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지금까지 약 1,588억 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초저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순이익이 2025년 1분기 10억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거시경제적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통화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두 가지 전략적 목적이다. 첫째, 국채의 수요 기반 확보이다. 미국은 재정 확보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왔지만, 과도한 부채로 인해 신뢰도가 낮아지고 연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에 달한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을 미국 국채와 연동해 발행한다면, 이를 매입해야 하는 새로운 수요처가 형성되어 국채 시장의 안정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 유지다.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을 통해 달러가 금융패권을 연장하기 위해 활용하는 새로운 통화 전략의 도구로 평가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앞서 일곱 가지 위험 요인을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1:1교환의 불안정성과 코인런 및 규제 우회와 자본유출 위험, 중앙은행의 통제와 금융중개 기능 악화 등이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기회와 함께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를 함께 제공한다. 따라서 기술적 혁신성을 유지하면서도 금융안과 각종 정책 등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논의가 병행되어야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으로서 새로운 화폐의 흐름을 단순한 투자대상이 아닌 경제적 변화의 흐름으로 인식하고 경각심 있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