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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플레이션’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글쓴이
유희진 2025-12-12

점심시간이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10,000원이었던 제육 정식은 어느새 12,000원이란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이로 인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 '편도족'과 '도시락족'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가파르게 치솟는 점심값 때문에, 우리는 무심코 사장님의 과한 욕심 또는 막연하게 인플레이션을 탓한다. 하지만 카운터 뒤에서 식자재 값과 배달 플랫폼 수수료 때문에 한숨을 쉬는 사장님 역시 이 현상의 또 다른 피해자다. ‘런치플레이션’은 단순히 개인의 욕심이나 거시 경제 현상으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다. 따라서 선의의 탈을 쓰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이지 않은 규제의 손’이 런치플레이션의 진범이다.


런치플레이션의 첫 번째 용의자는 그동안 점진적으로 상승해 온 ‘인건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로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던 2018년 개인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 중반을 넘어섰고, 특히 외식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들은 임금 상승 속도를 생산성이 전혀 따라가지 못해, 늘어난 부담을 어쩔 수 없이 가격에 반영한다. 이는 미숙련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고자 하는 선의가,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두 번째 용의자는 ‘밥상 위의 숨은 규제’다. 식재료의 가격은 과연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소수의 도매시장 법인에게만 경매를 주관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다. 그 결과 대기업 또는 유통 스타트업은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소비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직접 공급하고 싶어도, 이러한 복잡한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수의 구매자에게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인 우리는 여러 단계의 중간 마진이 더해진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적 모순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유통 구조 보호라는 명분이 특정 이익집단의 배타적 이권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진정한 해법은 ‘공급의 자유’를 허용해, 비용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비용의 실질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업종 또는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주 52시간 제도를 유연화해 경직된 노동 시장에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고 생산성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도매시장 법인 제도를 폐지하여 대기업, 스타트업 등 누구나 자유롭게 유통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철폐해 농산물 유통 시장의 독점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불필요한 행정 규제를 단순화하여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여주는 것 또한 필수다.


런치플레이션은 시장 실패가 아닌, 인위적인 개입들이 낳은 ‘정부 실패’의 단면이다. 이렇듯 정부의 선의는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서민의 점심값 부담을 덜어주는 길은, 보이지 않는 규제의 사슬을 끊고 시장이 스스로 숨 쉬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이란 주방에서 언제든 요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때 정부는 요리사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을 세우는 심판관에만 머물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