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금융은 시간을 모른다···한은 스테이블코인 보고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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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5-10-27 ,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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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기능 무력화하는 화폐 등장
즉시성 붕괴되는 순간 자산 증발
은행 '시간 담보’ 정책 기능 약화
결국 신뢰 구조의 재설계로 귀결
한국은행이 공개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가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겉으로는 '통화정책의 약화’에 관한 기술 분석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돈의 문제를 넘어 시간의 통제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이 기자단을 상대로 진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자설명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나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며 결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날 발표에 첨부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면 미 국채 수익률이 2.58b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r)를 통해 자본의 속도를 조절하던 기존 메커니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차현진 호서대 교수(전 한국은행 국장)는 최근 자유기업원 세미나에서 이 같은 현상을 '퀀텀 뱅킹(Quantum Banking)'이라 명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국 금리를 시간 조절 장치로 쓰던 기존 질서를 무력화할 것이란 경고다.
차 교수는 “은행의 신용창출은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끌어오는 행위”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시간의 간극을 사실상 제거한 새로운 화폐 구조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은행은 시간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시간을 건너뛴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금리의 기능을 없애는 화폐다. 금리란 결국 '기다림의 가격’인데 스테이블코인은 기다림 자체를 제거한다. 거래가 즉시 정산되면서 시간의 간극이 사라지고, 예금은 더 이상 대출의 재원이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대출 여력은 급감하고 자금조달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금리를 매개로 한 전통적 자금순환 구조가 붕괴되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조절하던 '시간의 질서’ 또한 무너진다.
한국은행의 설명대로라면,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통화 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다. 자본이 시간의 흐름이 아닌 속도와 접속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 보고서가 제시한 “통화정책 전달경로 약화”는 곧 “시간통제력의 상실”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코인런은 스테이블코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이다. 통상 은행의 뱅크런은 신용이 흔들릴 때 발생하지만 코인런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은 언제든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지만 모두가 동시에 그 코인을 현금화하려는 순간 시스템은 견디지 못한다. 한은은 이 지점을 “원금 미회수 위험이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비트코인이 달러로 교환하기 전에 곧잘 증발하듯, 이런 코인런은 '즉시성의 붕괴’에서 비롯된다. 이는 곧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이 거래를 자동화하고 중개비용을 줄인다 해도 기반이 되는 것은 '언제든 현금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다’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믿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자유은행 시대’를 사례로 들며, 신뢰 기반이 약한 화폐는 언제나 붕괴의 전조를 안고 있음을 지적했다. 각 은행이 자체 지폐를 찍어내던 19세기 미국의 자유은행 체제는 결국 '신뢰의 경쟁’으로 변질되며 금융 불안을 키웠다. 아무리 완벽한 스마트계약이라도 신뢰가 깨지는 순간, 기술은 무력해진다는 얘기다.
양자(Quantum) 개념으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외부의 시간을 측정하지 않는 금융 입자’다. 기존 금융은 금리(r)를 매개로 미래 가치를 현재로 할인하며 모든 거래가 시간축 위에서 움직였지만 이를 우회해 즉시 결론으로 도약한다. 양자역학에서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에 존재하다가 관측 순간 하나로 수렴하듯 퀀텀 금융에선 신뢰의 접속 확률(amplitude of connection)이 질서를 지배한다.
한국은행은 기술적 혁신과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은행권 중심의 점진적 도입’을 제안했다. 은행이 규제 준수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비은행은 기술혁신과 상품개발 역량을 보완하는 구조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이원적 협력 모델이다.
또한 거시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유관부처 합동의 정책협의기구 설치를 권고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질서를 흔들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디지털 생태계 구상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