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의 교훈, 창조적 파괴의 순환을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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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규민 2025-10-22 , 마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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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 통한 자본주의 발전 입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창조적 파괴의 힘 일깨우다
순환 막힌 한국--신산업 규제, 새로운 기업 진입 어렵고, 성장률 1%대, 생산성과 산업 활력↓
자유와 경쟁, 규제개혁과 인재 개방이 성장의 촉진제, 혁신의 순환이 한국 경제 살린다
노벨경제학상이 올해 '슘페터의 후예’들에게 돌아갔다. 기술혁신을 통한 자본주의 발전을 입증한 모키어·아기옹·하윗 세 학자는 창조적 파괴의 힘을 다시 일깨웠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그 순환이 멈춰 있다.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생산성과 산업의 활력은 함께 식어가고 있다. 문제의 뿌리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혁신의 정체다.
혁신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업가정신이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해는 여러 학자들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제시해 왔다. 나이트는 기업가를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며 판단과 결정, 결과에 책임지는 경영자적 존재로 보았다. 커즈너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기민하게 발견하고,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창조적 파괴’에서 찾았다. 그는 새로운 상품과 생산방식, 신시장 개척을 통해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혁신의 힘을 강조했다. 이 과정이 자본주의의 내재적 성장 메커니즘이며, 창조적 파괴는 경제를 스스로 진화시키는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다.
한국의 현실은 이 순환이 막힌 상태다. 신산업은 규제에 갇히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은 어렵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2024년 한국의 인지된 창업 기회 40.07, 인지된 창업역량 57.03, 창업 의도 22.72, 직업 선택 시 창업 선호 59.04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역할은 방향을 잃었다. 혁신의 본질은 자유와 경쟁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원과 관리의 틀에 머물러 있다. 매년 수십조 원의 R&D 예산이 투입되지만, 성과 기반이 아니라 행정적 분배로 소모된다. 실험을 장려하기보다 규정을 지키는 연구가 늘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적 과제가 선택된다. 제도가 혁신을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구조는 더 근본적인 제약을 낳는다. 기술혁신보다 분배와 보호가 우선시되면서, 실패를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정부의 규제 제약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기업 생태계는 위험을 회피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혁신은 사라진다.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경제는 점점 '조용한 침체’에 빠진다.
규제개혁이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산업 간 경계를 가르는 법제와 진입장벽을 과감히 낮춰야 한다. 정부의 허가보다 시장의 실험이 우선되어야 하며,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통제가 아닌 시장의 검증이 작동할 때, 혁신의 순환은 비로소 다시 움직인다.
인재 개방이 성장의 촉진제가 되어야 한다. 슘페터의 후예들이 지적하듯, 혁신은 내부의 아이디어뿐 아니라 외부의 지식과 인재가 만나야 완성된다. 글로벌 기술과 전문 인력이 자유롭게 오가고, 산업 간 융합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폐쇄적 규제와 과도한 자격 요건을 풀어 인재의 이동성을 높여야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다.
자유가 혁신의 조건임을 되새겨야 할 때다. 기업이 시도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창조적 파괴가 작동한다. 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혁신이 자생적으로 태어나는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슘페터가 말한 혁신의 순환이 다시 시작될 때, 한국 경제의 성장 시계도 함께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