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지자체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외쳐
친기업, 좋은 현상이지만 여전히 갈길 멀어
최근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는 기업이 경제 활동의 버팀목임을 반증하는 사례다.
다만 여전히 기업과 관련된 제도는 열악한 상태다.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에 밀려 상속세, 법인세 등 감세 정책은 갈 길이 멀고, 기업들의 오래된 숙제인 노동 개혁도 먼 나라 이야기인 상황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김제, 수원, 밀양, 김제, 양산, 익산, 경산 등 많은 지자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양한 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자신들의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을 우리 사회의 '악(惡)’으로 묘사하던 분위기에서 '친(親)기업’으로 변모한 모습이다. 이는 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기업의 중요성을 반증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1945년 해방 직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000달러 중반(한국은행 발표)으로 오른 데에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1950년대 수출품이라고는 가발, 철광석, 무연탄에 불과했던 한국이 전자, 반도체, 중공업, 반도체, 화학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위험을 감수했던 기업과 기업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경제성장은 언제나 기업들이 이끌어왔다”며 “기업 활동이 활발하면, 그 사회의 구성원인 국민의 삶이 개선되고 국가도 번성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기업이 많은 국가가 곧 강대국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강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 소속이다. 한국 역시 삼성, 현대 등 굴지의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해 대기업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혜택이 커지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들이 사라져가고 있어, 이 역시 해결해야 될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나친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정부의 혜택과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중소기업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중소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것도 대기업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높은 임금과 탄탄한 복지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기업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라는 의미에서다.
이처럼 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지자체들 역시 자신들의 지역에 이른바 '알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가 경제에 기업이 중요한 만큼, 지역 경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국이 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여전히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가 만연하고, 세제 혜택도 적은 데다,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노동조합에 유리한 법안들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다 발전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상속세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부자감세’라는 전형적인 반기업 프레임에 밀려 다시금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습이다. 법인세 역시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기업 활동에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 노조 역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법은 노조의 편인 상태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조합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해 더 큰 피해는 막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닌,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넘어 '오면초가’ 상황에 노출돼 있다”며 “거미줄 같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고, 노조는 전투적이며, 법인세는 다락같이 높고 상속세는 명실 공히 세계 1등”이라고 지적했다.
조우현 미디어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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