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거들뿐, 나는 감성을 사러 카페에 갑니다

김가연 / 2023-05-19 / 조회: 1,937

요즘 들어 거리의 카페들이 이원화되고 있다. 하나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들이 즐겨 찾아가는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카페이고, 또 한 가지는 인스타그램 업로드에 제격인 '감성 카페’이다. 표면적으로는 음료와 커피 등을 소비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카페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이는 공부하기 위한 장소로, 혹자는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한 장소로 카페를 인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분위기를 내세운 '감성 카페’들이 자주 보인다. 두 종류의 카페 중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감성 카페’가 유독 많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가 '불편함’이 '독특함’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자 높이보다 더 낮은 테이블, 엄마가 보면 화낼 더티 플레이팅(Dirty Plating), 인스타그램 없이는 문의하기 어려운 카페들. '감성’이라는 단어로 묶이지만 사실은 모두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에 가깝다.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가 거의 비슷하여 앉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깔끔하게 플레이팅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료들이 컵 밖으로 흘러나오는 더티 플레이팅 등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감성 카페’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를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죽어있던 LP 판 사업이 다시 활력이 생긴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MZ 세대에게는 지금 겪어보기 힘든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이고, 기존 세대에게는 지금은 경험하기 힘든 '과거 기억의 향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 못한 독특한 것’에 대한 강한 끌림으로 지갑을 연다. 


둘째, 특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감성’ 소비를 부추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감성 카페에 가는 소비풍조는 인간의 습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남들이 다 하니까 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고 자주 듣는다. 타인이 한 것은 자신도 해야 뒤처지지 않는 것 같고, 남이 하지 않은 일은 먼저 선점하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는 '비교’가 인간의 습성이기 때문이다.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하고자 하는 '특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게 되며, 공사장 카페, 목욕탕 카페 등 기존 카페의 모습과는 이질적인 '감성 카페’들이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또, MZ 세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인스타그램 역시 감성 카페 열풍에 한몫한다. 어느 카페를 방문할지 선택하는 기준이 바로 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만한)일만큼 남들에게 비추어지는 자신이 중요하며, 특별해 보이고자 한다.독특한 콘셉트와 특이한 분위기의 카페를 방문한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이는 더 이상 '살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소비’가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인간의 습성이 낳은 특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감성 소비를 자극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 정신적인 만족이 물질의 소유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본 적은 없어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감성 카페’의 인기 역시 그의 예언처럼 “소유의 종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혹은 체험 등 정신적인 만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커피’를 얻기 위해서 카페를 가는 것이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적 만족을 얻기 위해 카페에 방문하는 것이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성’을 감성 카페에서 체험하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하여 '독특한 경험을 했다’는 정신적인 만족을 얻는다. 이렇기에 요즘 카페들은 '사진 찍기 좋은’ 인테리어를 추구하며 독특한 콘셉트와 분위기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감성 카페가 성행하는 이유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유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 바로,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소비 풍조가 등장하는 것이 기이한 일이 아니라 '철저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속에서 움직인다. '감성’을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히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며, 앞서 설명한 '감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인간의 습성은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들이었던 셈이다. '감성 카페’를 비롯한 새롭고 독특한 것을 소비하는 소비 풍조는 결국 시장경제의 가장 기틀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 속에서 움직인다.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우리는 오늘도 '감성’을 사러 카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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