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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과연 행복했을까

김주희 / 2022-05-16 / 조회: 1,650

부모를 잃고 새엄마와 두 새언니에게 구박을 받으며 살다가, 왕자를 만나게 되어 인생 역전한 신데렐라 이야기. 신데렐라는 현재 알려진 것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450여종 이상의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진 이본(異本)이 있다고 한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그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소설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듯 힘없고 착한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하며,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를 보면, 신데렐라는 비단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의 기치 아래 공공 부문에서는 최소 20만 명가량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 4명 중 1명은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기관에 직접 고용되었다. 채용 방법은 83.7%가 기존 노동자를 전환 채용했고, 16.3%는 경쟁을 거쳐 채용했다. 전환 채용이 원칙이지만 전문직 등 청년 선호 일자리는 경쟁 채용을 거친 것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겉으로 보기엔 약자의 복지를 증대시키고 노동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정책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만은 않다. 


'인국공 사태’ 라 부를 만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보안 검색 노동자 1,902명 정규직 전환은 크나큰 사회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입사에 들인'노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정규직화는 공사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준비하던 취준생들 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에게도 박탈감을 일으키기 충분했던 사건이었다. 대폭적인 정규직화로 신규 채용의 급격한 감소는 취준생들에게 박탈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에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취준생들은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원에서 앞자리를 맡기 위해 잠을 줄이고 새벽에 일어나 추운 겨울에도 벌벌 떨며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수첩에 적힌 영어 단어를 외운다. 돈과 시간이 없는 수험생은 삼각김밥이나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또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옆에 앉은, 또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의 경쟁을 하며 모의고사 점수가 오르지 않음에 자책을 하고 책이 너덜해질 정도로 오답 노트를 만들어 달달 외운다.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스펙을 쌓아도 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는 바늘구멍을 뚫을 정도로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기회의 공정이 충분히 주어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결과의 공정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1분 1초를 아껴가며 청춘을 불태우는 노력을 할 때, 그 청춘을 매일 불금으로 불태운 이들이 나보다 좋은 자리에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처럼 앉아 있다면, 한국 사회는 정말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인 것일까.


그리고 문제는 그것에만 그치지 않고,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처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너도 쉽게 정규직이 되었는데 왜 나는 안돼?’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서 이른바 '떼 쓰면 다 된다’ 는 의식이 자리 잡아 투쟁과 파업이 만연한 혼란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정규직 숫자 늘리기’ 의 역차별적 고용정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서로를 경계하며 팀 내 불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업무 환경에서도 기존 파견·용역업체에서 전환된 근로자 상당수가 처우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 기관들이 직접 고용 또는 자회사 방식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했지만 실제 이곳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낮다는 것이다.'임금이 추가되거나 상승했다’는 응답자는 42.1%로 채 절반도 되지 않았고, 16.4%는 '오히려 임금이 하락했다’고 대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환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들이 느끼는 임금 만족도는 5점 척도에 2.15점으로 나타나 대체로 만족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화 속의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현실 속의 신데렐라들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노력 없이 주어진 것은 결국 나에게 독이 된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 투자될 때, 그것은 비로소 제 값을 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당연하게도 노력의 산물이다. 


미생과 미생의 싸움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이 정부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진정 더 나은 고용 환경을 위한다면 현실 속의 불행한 신데렐라를 양산하는 고용 정책은 지양하고,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만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루어내는 정책을 마련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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