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계기 상속세 재조명 ... 이재용 상속세만 11조원
50%최고세율... 지배구조 흔들 · 해외자본 먹잇감
중국·네덜란드 상속세 '0' ... 미국 실질적인 차등의결권 보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경제인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향년 78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상속할 주식의 총 가치는 18조원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절반보다 많은 약 11조원 가량이다. 분납하더라도 6년간 매해 1조8000억원을 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유족들은 11조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팔아야 하는 주식은 전체 계열사 보유 주식의 30% 수준을 육박할 것이다. 이러한 지분 변동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납세를 위해 많은 주식을 던진다면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1위의 손톱깍이 업체인 쓰리세븐,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등 수많은 기업이 상속세 납부로 인해 기업을 매각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상속세는 사회 전체 효용을 떨어뜨린다. 당장은 더 많은 양의 세금을 걷어 들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이 창출하는 사회적 효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납세의 문제로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면 누가 사람을 고용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는가. 설령 납세를 모두 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형평성이 얼마나 제고될지도 의문이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조세 회피를 꾀하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탈세를 하기 위해 꼼수를 쓸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세금 때문에 해외로 법인을 옮길 수도 있다. 상속받은 금액의 절반도 수령하지 못하는데 어떤 기업오너가 국내에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정부로서는 조세 회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또 그만큼의 행정력이 소요된다. 도대체 누굴 위한 세금인가.
해외에서는 상속세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 전반적으로 상속에 대한 부담을 줄여 기업의 경영 활동에 생기는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추세이다. 중국과 네덜란드의 경우 아예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실질적인 차등의결권을 보장하고 있어 상속 문제로 인해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는다. 독일 또한 상속한 사업을 매각하지 않고 경영을 지속한다면 상속세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호주와 캐나다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여 상속 시점에 과세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과세하여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과세를 한다.
무엇을 위한 상속세인지 고민할 때이다. 이미 법인세로 많은 양의 세금을 지출하고 있는 기업에게 50%의 상속세까지 거둬들인다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전 세계 일류 기업은 나오기 힘들 수 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이 세금 규제를 철폐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기업 활동에 대한 의욕을 20년 전의 법으로 억누르고 있다. 과연 당신이 오너라면 이 나라에서 경영을 할 것인가. 기업인들이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상속세 제도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서영주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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