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80년을 살아가고 있는 역사가라면 60년 전의 한국에서 정부가 실시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20년에서 2080년 사이에 60년 동안 여러 차례 판데믹 감염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의 코로나19 사례는 매우 중요하게 기억할 만한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로 방역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코로나19 방역은 그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역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먼저 2020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은 나라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인 특성으로 전국민에 대한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밀집 시설에 대한 인원 제한, 시간 제한 등의 (급기야 상당수가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강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 역시 그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였다. 2020년 후반으로 갈수록 방역 단계는 점점 더 강화되는 수준으로 나아갔다. 가령 마스크 강제 착용은 그 해 11월 13일자로 발효되었다. 자영업자들의 목숨과도 같은 소규모 가게와 영업장 역시 그 해 겨울 강도 높은 제한 조치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다음해에 접어들면서 상업 시설에 대한 접근 제한 조치는 부분적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마스크 강제 착용 그리고 그와 관련된 신고·포상금 제도와 같은 국민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치는 2021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그 당시 지하철 플랫폼 벽에 부착된 정부 공고문에 쓰여진 문구는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마스크 착용 금지: 11월 13일부터 별도 명령시까지'.
'별도 명령시까지'라는 기한 없는 방역 조치가 그 당시 아무런 국민들에게 저항감없이 다가갔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별도 명령시까지'와 같은 표현은 정상적인 자유민주 국가의 국민들이라면 매우 불편한 느낌을 주는 강압적인 표현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0년대 초 한국인들은 이러한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공고문에 적은 정부의 태도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분명 그 당시 한국 정부의 방역 정책은 미국과 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사회와 비교했을 때 억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같은 시기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휴대전화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국가가 방역 목적을 위해 파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당시 개인의 휴대폰 상의 동선을 정부가 개인의 허락 없이 파악하는 등 과도한 역학조사와 신상공개를 자행하였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었음은 당시 많은 언론 기사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방역이라는 목적으로 개인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모습은 그 당시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하지만 개인의 사적 공간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방역의 문제에 가장 결정적인 논거가 되는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병독성에 관한 의료 관계 전문가들 간의 개방된 토론의 공간은 매우 협소했다.
코로나19 관련한 사회적 토론은 관 주도의 역학적 (감염 경로 차단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 그 바이러스 감염이 내과적으로, 면역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학적 토론이나 논쟁이 활발하게 일어난 흔적을 찾기 힘들다.
이따금씩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의사들의 시각이 매체에 조용히 소개된 것이 전부이다. 가령 감염내과나 보건학 분야의 의사들은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데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반면 면역학 관련 분야의 의사들 중에는 조심스럽게 방역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었다.
분명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을 비교했을 때, 치명률 등에 있어서 전자에 대한 강제적 방역을 정당화할 만큼의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분명 논쟁적인 영역이었다(예: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101150084). 실제로 이러한 의학적 논쟁성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개인주의의 시각에서 비판하는 그 당시의 기사는 매우 드물었다.
바이러스의 창궐 그리고 전체주의, 둘 사이의 관계는 지금까지 많은 역사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령 1920년 스페인 독감과 유럽 전체주의의 발호를 연관 짓는 논리는 역사적으로는 꽤 익숙하다. 그리고 여기에 코로나19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2020년 당시 코로나19와 관련해 많은 국가들이 강제적 방역조치를 조기에 도입했다.
2020년 초부터 전세계는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의 수많은 사이트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국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확인하며 공포의 분위기에 빠져 들었다. 초기에 중국 우한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는 많은 미디어의 헤드라인과 톱 기사를 도배하다 시피했다. 유튜브에서는 실시간 상황을 전하는 중국 우한 의료진의 다급한 비디오 영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인들은 공포에 질렸다.
2020년의 전세계인, 그리고 한국인들은 이 코로나19라 명명된 바이러스에 그렇게 공포를 덧입혔다. 60년이 지난 지금 역사가들에게 가장 흥미롭게 남겨진 주제는 바로 '어떻게 이렇게 공포가 급속히 전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이기도 하다. 당시 코로나19의 병독성과 치명율이 실제로 독감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의 의학적 논쟁점이 상존했음을 감안하면 그러한 강압적 방역제도의 확산은 분명 인간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만하다.
실제로 치명율은 2020년 당시 정확한 통계조차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추산하는 기관들마다 편차도 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독감과 폐렴 등 호흡계 감염 사망자의 평년 숫자와 코로나 사망자를 면밀하게 비교하는데에 있어서도 의학적 엄밀성과 의료 통계적 측면에서 많은 한계가 존재하였다. 즉 당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크든 작든 정확한 인식이 아닌 부정확한 근거에 바탕을 둔 오도된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 감염과 전체주의, 둘 사이의 관계이는 역사가 뿐 아니라 사회학자나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주제이기도 했다. 가령 코로나19가 발병하기 10년전 2009년의 한국의 어느 언론 기사는 '전염병이 돌면 권력자만 웃는다'는 제목으로 "권력에게는 전염병의 시대만 한 기회가 없다. 이걸 기억하는 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하다"라고 일갈하며 끝을 맺기도 했다. 당시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바이러스와의 전쟁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기사 내용이었다(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92).
이렇게 코로나19가 찾아오기 10년 전에 예민하게 양날의 칼과도 같은 방역 정책의 개인의 사적 공간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던 한국 사회는 왜 2020년에는 그렇게 억압적인 방역정책에 그토록 순응적으로 변하였을까? 이는 사회사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숭의여고 역사교사 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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