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시장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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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예슬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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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수요가 형성하는 왜곡된 시장가격
최근 주식 투자자는 전문 투자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낮은 이자율과 불확실한 경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적금 대신 주식을 선택한다. 지인들에게 그 기업에 투자한 이유를 물었을 때 대부분 뉴스와 커뮤니티 정보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재무제표 분석은커녕 본다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숫자만으로 기업 가치를 재단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 건강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지표인 재무제표를 무시한 투자는 왜곡된 수요를 기준으로 이루어져 시장가마저 비합리적으로 만든다. 재무제표 분석으로 기업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 투자해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합리적일 수 있다.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장치
시장경제 불황기에는 대손충당금 증가 등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대손충당금은 거래처의 부도 가능성이 커져 받을 돈을 회수하기 어려울 때 설정되는 자산 차감 계정이며 재무상태표에 작성한다. 이 시기에 경영자는 도덕적 해이를 바탕으로 부정한 재무 보고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충당금을 과소 계상하거나 인식 시점을 이연하는 회계 조작으로 말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윤리교육과 내부 고발 제도를 활성화해 책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감사인은 면밀한 검토를 수행하고, 투자자는 주석에서 대손충당금 산정기준과 추정 손실률 변동 근거를 점검해야 한다.
재무제표 속 환율 변동의 흔적
기능통화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운영할 때 이용하는 통화이며 표시통화는 재무제표에 작성할 때 이용하는 통화이다. 기능통화와 표시통화의 차이인 환율 변동은 재무제표 항목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환율 상승 시 외화로 표시된 부채의 원화 가치가 증가해 외화환산 손실이 발생하고, 외화로 표시된 자산은 외화환산 이익이 발생한다. 외화환산손익은 발생 즉시 손익계산서의 당기손익으로 인식한다. 다만 재분류 조정 대상 외화환산손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 후 해당 자산을 처분하거나 지배력을 상실하면 외환 차이 누계액을 당기손익으로 재분류 조정한다.
재무제표 속 경쟁우위 지표를 통한 전략
기업의 경쟁우위는 재무제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산 회전율이 높다면 비용 절감과 빠른 시장 대응에 적합해 이에 대한 경쟁우위라고 볼 수 있다. 자산 회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공격 지향형 기업일수록 높은 자산 회전율 유지를 위해 생산설비 자동화, 물류 효율화에 투자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에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시해 경기 변동 속에서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는 안전 지향형 투자자가 모일 것이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른 시장 변동성
재무제표 부채 급증이 장기 설비투자와 사업 확장을 위한 차입이라 해도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해 기업 시가총액 하락시킬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고, 재무제표 부채비율과 유동성 지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자기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했으며 금융기관은 신용위험을 과대평가해 차입 금리 스프레드를 높였고, 신규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켰다. 이처럼 투자자의 성향마다 재무제표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 시장 변동성을 변동시킬 수 있다.
정보 비대칭과 이해력의 균형
재무제표 주석 공시 확대는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 자본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기업으로 배분한다. 궁극적으로 시스템 리스크 완화,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이해하는 재무제표 이용자의 준수한 이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무제표의 방대한 정보와 전문적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의 역량 제고를 위해 금융·회계 교육 확대, 공시 정보 접근성 향상, 분석 도구 보급을 통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회계기준과 정부 정책
회계상 이익과 세무상 이익을 일치시키는 과정을 ‘세무조정’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세무조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 가능한 회계정책이나 회계추정으로 세법의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불황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기업이 수익 과대계상, 연구비 지출 축소 등으로 회계상 발생액과 실물 활동을 조정할 유인을 가질 수 있다. 회계기준은 경기 변동을 고려해 손실 인식과 충당금 설정의 유연성을 설정하고, 정부는 이에 부합하는 세제 혜택으로 기업의 단기적 이익 왜곡 동기를 방지해 시장 질서 확립을 유도해야 한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는 종종 군집심리를 따라 시장 비효율을 초래한다. 군집심리란 본인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경향이다. 특정 주식이 급등할 때 ‘모두가 사는 주식은 나도 사야 한다.’는 투자자, ‘다른 기업들이 M&A로 성장한다면 우리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경영자의 심리이다. 이때 재무제표 분석은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