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주인의 삶을 버리고 노예의 삶을 자처할 사람은 없다. 그것은 우리의 본능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노예의 삶을 자청하는 사람들이 부지 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다만 그들 대부분이 자기가 노예의 길을 걷고 있다는 데 무지할 뿐이다.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을 통해 국가의 통제가 불러올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은 공산주의든 파시즘이든지 간에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민중의 자유를 유린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산주의도 거의 사라졌고, 파시즘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과거의 유물로 전락했다. 우리가 이제 노예의 늪에서 해방됐다는 안도감의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거대한 착각이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더욱 교묘해진 노예의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수많은 대중은 오히려 국가의 통제라는 자발적 노예화를 향해 자처하며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실정이다. 과거에 명명됐던 통제 시스템이 사라졌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하이에크가 말했던 국가에 편향된 권력의 이행 여부가 노예의 길을 결정지을 가장 핵심적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사회에서도 하이에크가 우려한 노예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행정 국가화 현상’이란 용어의 유행이 말해주듯, 행정부의 비대해진 권력은 다른 경제 요소들을 압도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돈을 찍어내면서 민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무상으로 돈을 뿌리면서 근로 의욕을 꺾기도 한다. 민간 경제의 전유물이던 임금 협상도 무시하고, 국가가 나서서 금액을 정하고 대폭 올린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구직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폐해가 발생했다.
자유라는 기본권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 정신이 무색하게도 불과 몇 년 전 국가 권력은 코로나라는 펜데믹을 구실 삼아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하고 자유를 억압했다. 그런가 하면 경제를 구하겠다고 돈을 푸는 양적 완화의 결과는 현재 초래된 인플레이션의 고통으로 전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으나, 수많은 무상 시리즈, 기본 소득 시리즈로 엄청난 생색을 내며 많은 국민을 열광 시킨다. 하지만 이는 공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오래 지속된 저출생, 고령화 영향으로 지출 또한 꾸준히 증가하며 세수 결손 규모가 커질 예정이다. 이런 악화 일로의 상황에서 정부의 수많은 빚잔치는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열광이 오래지 않아 절규로 바뀔 것이다.
문제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정부의 강압적 정책에 순응하며, 수동적 삶을 영위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혹여 나에게 떡고물이 떨어질까, 혹은 정부가 나서 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쓰는 게 옳다는 잘못된 신념을 지니고 여론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부지 기수로 존재하는 요즘이다.
정부에 집중된 권력은 처음에는 달콤해 보일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몸을 해치는 독약이 된다.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통제된 권력은 특정 엘리트 계층을 위해 사용되고 대다수 민중은 희생양이 되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을 맞이하면 출현하는 수많은 공항 건설론, 무상 복지 시리즈, 저출생 해결을 자임하며 쏟아부은 수백 조 예산, 매번 바뀌는 교육 제도 등 수많은 정부의 시리즈들은 국민의 삶과 무관했으며,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수년 전, 부동산 잡겠다고 각종 정책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도리어 부동산은 폭등했고, 당시 정책 입안자 대다수가 고가 부동산 보유자였다고 드러난 사실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렇듯 집중된 중앙 권력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되고, 여기서 벗어난 수많은 민중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심지어는 기본권이라는 자유까지 박탈 당하게 된다.
하이에크의 이야기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화 되었고, 자유 지수가 높다는 착시 때문에 교묘하게 집중된 정부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
하지만 전술 했듯이, 통제 받지 못한 권력은 하이에크가 지적한 대로 역사적으로 집중된 권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절대 훼손 되어서는 안될 자유를 바탕으로 한 민간 경제 주체들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우리는 노예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민은 정부 권력의 자의적 행사와 권력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 항시 국가 권력을 통제하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말한 하이에크의 정신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NO. | 수상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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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대상 | `결정할 권력`에 맞서는 `선택할 자유` 정신건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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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대상 | 자유의 위기와 구속의 길: 《노예의 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김현익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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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최우수상 | 위스키 한 잔에 담긴 노예의 길 금성윤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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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최우수상 | 평등을 갈망하는 우리들 임성민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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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최우수상 | 반지성의 시대에 자유와 이성을 정회훈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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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수상 | 노예가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김수만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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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최우수상 |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자유 김유진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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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최우수상 | 도덕적 인간, 윤리적 인간 김회연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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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최우수상 | 유토피아를 향한 잘못된 욕심 강수진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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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최우수상 | 선택할 자유를 억압하는 연금 개혁 김수철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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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최우수상 | 더 많은 자유를 위한 선택 임경효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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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최우수상 | 하이에크가 사회 초년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강선행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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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우수상 | 하이에크와 현대사회의 자유주의 로드맵 김은준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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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우수상 | 자유의 원칙과 인권의 관계 서현순 / 2024-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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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우수상 |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자유와 안전 그 어느 것도 누릴 자격이 없다. 서민준 / 2024-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