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 재산과 상속세

권민성 / 2023-05-19 / 조회: 1,068

때는 2021년 4월 28일,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630만 삼성전자 주주 중 한 명인 나는 이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은 대부분 주식으로, 그의 주식은 18.2조 원 상당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주식 평가로 인한 20%의 할증이 적용되어 국가에 반납해야 하는 세금만 12조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2020년에 대한민국이 상속세로 벌어들인 세금은 10.4조 원이다. 

상속인 집단인 삼성 가는 대출을 받거나, 그들이 가진 주식을 매각하여 세금을 낼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상속세의 부담 때문에 경영권 악화를 감수하고도 지분 매각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삼성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세금 때문에 그들의 주가도, 경영권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상당한 불합리함을 느꼈다. 대한민국에는 상속세를 여러 번에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 제도가 있다. 삼성 가는 12조원의 세금에 대해 6회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회에 2조원을 납부하는 셈이다. 


이윤추구가 가장 중요한 기업에,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는 정당한가? 이 질문에 기인하여 여러 관점에서 상속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시장경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50%라는 세금은 너무 과하다. 


기업인들과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노력하여 벌어들인 소득을 결과적으로 국가에 반 이상 내줘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좌절할 것이다. 2018년에는 古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구광모 현 회장 일가에게 상속세가 9215억 원 부과되었다. 

만약 LG가에서 9215억 원을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했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을 경우, 거시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일자리는 기존보다 늘어나고 종업원들의 후생이 증가했을 것이다. 


혹자는 정부의 세입이 줄어들고, 부의 세습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정부 세입에서 증여상속세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고, 삼성 가가 납부한 세금 때문에 늘어나 보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도 대한민국 세입 결산 결과, 총국세 3,959,393중 상속 및 증여세는 145,940으로 (단위: 억 원) 총 국세의 3.94퍼센트에 해당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투쟁하고 어렵게 얻은 소득과 자산을, 그저 자본이 이동하는 것만으로 총국세의 3.94퍼센트, 즉 14.5조 원을 국가에 헌납한다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상속 및 증여세를 낸 모든 사람이 기업인이라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세의 3.94퍼센트가 국민의 소비 부분으로 이전되었다면 GDP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만약 14.5조 원을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조금 형태로 지원했거나, 현재 굉장한 이슈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손꼽히는 생성형 Ai 개발에 투자했으면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참고로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Openai의 ChatGPT에 마이크로 소프트 사가 올 해 투자한 비용은 12.3조원이다. 


우리는 부의 재분배를 위해 증여상속세를 부과해야 하는지, 단지 큰 기업에 대해 견제를 하는 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선진국들은 지나친 상속세를 경계하며 점차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추세이다. 이동된 자본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상속이나 매각 등 자산을 통해 이득을 얻을 때 그 이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즉, 가업 승계 시점에선 상속세를 물리지 않지만 주식, 채권, 부동산, 기업 등 자산을 매각할 때마다 그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아예 상속세를 면죄해주는 국가들도 있다. 호주, 캐나다를 포함한 14개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면제한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총 37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3개국이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마지막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들은 그만큼 공제액도 크다. 독일의 경우 300억까지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경우 소득세도 높고 상속세도 높으니 이중 과세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상속세 제도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게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징수 제도는 징벌적이고 국민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어 기업의 활력과 동기를 높여야 한다. 보복적이고 고정적인 세율이 아니라, 기업의 성과와 규모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되는 세율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인 제도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는 국가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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