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국민제안 온라인 전자투표’에서 57만 7,415표의 '좋아요'를 받으며 투표를 마감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좋은 법이 왜 폐지 논란을 일으켰을까.
나는 집을 나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 자취방 근처에는 대형마트가 여러 개 있다. 지하철 세 정거장 아래 이X트, 홈X러스, 두 정거장 위에 롯X마트. 혼자 살아 스스로 해 먹어야 하는 나는 자주 대형마트로 가서 식사 재료나 완제품을 사 온다. 간혹 아무 생각 없이 마트에 갔다가 문을 닫아 빈 카트를 끌로 돌아올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전통시장을 가야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법의 취지대로는 나와 같은 사람을 흡수해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게 목적이었을 텐데 왜일까. 다른 마트를 가면 되기 때문이다. 매월 이틀 휴무라는 규제하고 있지만, 특별자치 시장, 시장, 군수, 구청장이 정한다. 가까운 거리여도 다른 지역이면 서로 다른 휴일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밑에 마트는 일요일에 휴무지만 위에는 월요일이 휴무이다. 두 마트 사이는 지하철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시장이 떠오르겠는가.
또한 사람들이 예전과 비교해 위생에 많은 신경을 쓴다. 흙바닥에서 뛰어놀고 ‘떨어진 음식 3초 내로 주우면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머릿속으로 대형마트와 시장을 떠올려 보자. 커다란 건물 안에 전문적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있고 진열대 위에 물건이 올려져 있으며 심하면 가림막도 설치되어있는 대형마트와 길바닥에 꺼내두고 판매하는 전통시장 중에 소비자는 어딜 선택하겠는가. 물론 전통시장 상인들도 청소한다. 그러나 내 가게 앞을 깨끗이 치워도 옆 가게 앞이 더럽다면 과연 그 더러움이 내 가게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같은 물건, 같은 비용이면 깔끔하고 깨끗한 것을 원한다. 제값을 주면서 더러운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값을 치렀으면 그에 맞는 품질을 원한다. 싸고 좋은 물건을 주면 좋지만, 최소한 그 값에 맞는 품질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통시장의 문제가 드러난다. 항상 일정한 품질의 물건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형마트는 가격에 변화가 생길지언정 물건의 품질은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시장은 가격에 변화가 있으면서 품질에도 변화가 있다. 통일화된 최소한의 하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가보지 않으면 소비자는 모른다. 그럼 소비자는 갔을 때 최소한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대형마트를 갈까. 아니면 운이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전통시장을 갈까. 나라면 전자를 선택할 거다.
편리함 또한 얘기할 수 있다. 요즘 차가 없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들 장을 보러 갈 때 차를 가지고 간다. 자체적으로 많은 주차공간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와 주차공간이 열악한 전통시장. 어디가 편할까. 물론 요즘 공영주차장을 정비하고 추가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카트에 물건을 담아 차 앞에까지 편하게 가져올 수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직접 들고 차까지 와야 하는 불편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또한 마트가 열었다면 모든 코너가 열려있다. 식품 코너는 열렸지만, 생필품 코너가 닫혀있다거나 그런 일이 없이 일괄되게 여닫는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아니다. 가게 개개인의 주인이 다르다 보니 정육점은 열어도 옆에 채소가게는 닫을 수 있다. 한 번이면 해결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그날 못 사면 다른 날 다시 와야 하는 전통시장 중 뭐가 편리할까.
이처럼 이미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마트가 문을 닫는 날이면 그 전날 미리 사거나 다른 마트를 가거나 다음날 사면 된다.
벌써 이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전통시장은 살아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이 잘 가는 전통시장은 그 시장만의 특별한 가게가 있거나 상품이 있는 등 각자도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만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법인가. 앞서 말했던 문제점들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잃게 했다. 그럼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지 대형마트 문을 닫는다고 사람들이 올까. 선택지를 한 개만 주고 선택하라고 하는 건 오히려 그것에 대한 독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전통시장이 살아나려면 대형마트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제,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상품 등 전통시장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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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대상 | 공군훈련소에서 경험한 시장경제 이종명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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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대상 | "누나, 저 이제 돈 벌어요!" 이헌재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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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대상 | 9년째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도서정가제 김용운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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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최우수상 | 과연 ‘지긋지긋한 젠트리피케이션’일까? 이나현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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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최우수상 | 중고차의 반란 김수환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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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최우수상 | 코로나-19 환경의 자연선택과 시장경제 안윤형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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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최우수상 | 커피는 거들뿐, 나는 감성을 사러 카페에 갑니다 김가연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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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 최우수상 | `정`겨운 시장, `정`겹지 않은 마트?? 김태완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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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최우수상 | 직구와 시장의 국경 최선하 / 2023-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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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최우수상 |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 재산과 상속세 권민성 / 202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