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통한 경쟁사회 문제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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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재민 200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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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통한 경쟁사회 문제의 해결 >
학교와 집이 멀리 떨어진 관계로 주말이면 동네 시립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부쩍 눈에 띄는 현상이 생겼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중심으로 한 ‘공인중개사’ 준비생들과, 내 나이 또래 즈음 되어 보이는 사람들의 ‘공무원’ 시험 준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점점 직장 내에 ‘성과’, ‘인센티브’ 와 같은 것들이 도입이 되면서 소위 ‘철 밥그릇’ 이라는 공무원과, 언제가 될지 모르는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가장들의 공인중개사 열풍이 불어 닥치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철 밥그릇’ 인 공직에 종사 하시는 나의 아버지께서, 이제는 공무원 사회에서조차 자치제와, 팀제의 도입으로 더 이상 ‘철 밥그릇’이 오래지속 될 수 없음을 역설 하시니,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성과’와 ‘능력’이 중심이 되는, 바야흐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국제적으로 자유무역이 급속히 확산되어 기업들이 한 개 국가가 아닌, 전 지구를 무대로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해있다. 또한 교통과 통신 수단, 그리고 급속한 기술의 발달은 기업들을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도록 만드는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효율성을 증대 해야만 했고, 결국은 종업원간의 치열한 경쟁과, 불필요한 인원을 감축 시키는 기업 구조조정의 분위기를 낳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좁은 의미의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넓게는 기업 간, 더 확장하면 국가 간의 경쟁까지도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경쟁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경쟁의 논리는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 시키고, 개별 기업들이 세계화의 흐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변화와 경쟁에 적응 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업으로 내몰렸고, 기업의 경제논리에 의해서 양산된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약자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경쟁 사회의 지나친 약육강식의 논리는 우리 사회가 공동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때 경쟁사회의 논리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생존’이 이미 시대의 대세라면 이는 비판하기 보다는 빨리 수긍하고 맞추어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함으로써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경쟁사회에 적응 하지 못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해도 되는가? 물론, 아니다. 특히 실업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문제들은 가계의 주 소득원인 가장의 실업으로 이어질 경우 가계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한 조기 실업의 경우 사회적인 자원을 썩히는 꼴이 되어 이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시장의 논리로 발생한 문제이니까 정부가 나서야 하는걸까? 아니다. 정부의 규제는 비록 단기적으로 기업들을 강제하여 실업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정부의 규제로 인하여 기업의 행동이 제한되고 효율성이 줄어들다보면 결국 기업 활동은 위축되어 투자가 줄고 고용이 줄어들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감소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문제 같은 경우도, 노조와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게 된다면, 기업들은 정규직이 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싶은 사람을 비싼 월급을 주고 고용하느니, 차라리 시간외 수당을 주더라도 기존의 인력을 좀 더 활용하겠다고 할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작 비정규직 이나마 일자리가 필요했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가지고 있던 일자리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볼 때, 기업이 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 보다는 자연스런 시장의 질서에 따라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의 원리에 맡길 때, 기업은 최고의 효율을 위하여 노력하게 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자연히 고용이 증대할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인하여 가격이 내려가고 상품의 질이 좋아지면 이것은 결국 혜택이 경제주체 모두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므로 우리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데, 지나친 규제는 해외자본이 우리나라도 흘러 들어오는 것을 가로막아 경제의 성장과, 추가적인 일자리의 창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면서도 막상 들어오기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등록절차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성노조의 존재 역시 외국 기업이 쉽사리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즉 정부는 까다로운 등록절차를 간소화 하고, 노조역시 노사가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들이 자연스럽게 조성이 될 때, 경쟁시대에 기업도, 가계도 상생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