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황지인 / 2023-11-29 / 조회: 209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고, 자고, 입고, 즐기기 위해서는 소비활동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소비행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합리적 소비를 위해 물건의 가격을 고려한다. 각각의 재화는 각자 다른 가격이 매겨져 있고 소비자는 그 가격이 자신의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할 때 그 물건을 구매한다. 라면 한 봉지를 사러 마트에 가면 단 하나의 가격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마트는 동네 어르신에게도 라면 한봉지를 1천 원에 팔고, 어린 꼬마 아이에게도 똑같은 가격에 라면 한봉지를 판매한다. 하지만 데이트 코스로 가곤 하는 영화관은 그렇지 않다. 똑같은 영화 상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똑같은 형태의 의자를 제공하지만, 성인과 미성년자는 다른 비용을 내야 한다. 심지어 가격 차이도 꽤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놀이공원 입장권도, 케이블카 탑승권도, 다양한 축제 입장료도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의 가격이 모두 다르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차별을 하는 게 틀림없다는 증거이다.


가격차별은 무엇이고 왜 행하는 걸까? 가격차별은 말 그대로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다르게 측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깐,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할 때 두 표의 가격 차이는 가격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동일한 제품,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기업은 가격차별을 하는 걸까? 바로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소비자잉여를 가로채기 위해 가격차별을 한다. 여기서 소비자잉여란 소비자가 해당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서 지불한 용의가 있는 가격에서 실제 지불하는 금액을 뺀 부분을 의미한다.


기업은 가격차별을 통해 소비자 잉여를 가로채는데, 그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1급 가격차별이 있다. 각 단위의 재화에 대해 소비자의 유보가격에 해당하는 가격을 설정하여 소비자잉여를 모조리 생산자잉여로 이전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유보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에 해당 방법을 사용하긴 힘들다. 다음으로 2급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구입량에 따라 단위당 가격을 서로 다르게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살수록, 많이 쓸수록 점점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3급 가격 차별은 소비자를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각 시장에 서로 다른 가격을 설정하여 차별하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행해지는 방법이다.


기업들이 소비자잉여를 가로채기 위해서 가격차별을 한다는 사실이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격차별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생각지 못한 잉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평일 점심시간 당신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회사에서 나와 식당 거리로 나왔다. 딱히 확 끌리는 메뉴가 없던 터라 이리저리 식당을 쳐다보며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레스토랑 앞 입간판에점심 특선 파스타 전 메뉴 8,000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당신은 평소 파스타에 대한 지불용의가 12,000원 정도였는데 물가가 많이 오르고 경기도 안 좋은 탓에 식당에서 평균적으로 20,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어서 먹기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점심 특선 파스타를 제공하는 식당을 발견한다면 그날 점심은 해당 식당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당신이 해당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면 2,000원이라는 소비자잉여를 얻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약 식당이 점심 특선 이벤트 없이 파스타를 정상가(단일가격) 20,000원에 판매했다면 당신은 해당 식당에서 소비하지도 2,000원의 잉여를 얻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단일가격이 아닌 가격차별을 통해 소비자 효용이 올라가는 예가 많이 존재한다.


기업의 가격차별은 나쁘고 잘못되었다고만 볼 수 없다. 자유시장 체제 하에서 기업은 경제적유인에 따라 가격을 달리 설정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잉여를 배분하기도 한다.


끝으로 가격차별은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잉여의 일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얻는 편익과 가격을 비교하여 구매를 결정하기에 기업이 소비자가 얻는 편익 그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하여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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