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원 지급’이 잘못인 까닭

안재욱 / 2024-04-09 / 조회: 615       이투데이

생산 없는 소비 가격상승 유발하고

투자줄어 경제쇠퇴·삶의 질 나빠져

경제자유 높아야 생산 활동도 활발

' 파괴공약’ 유권자가 심판해야


'정부가 국민에게 100만 원씩 주면 모두가 돈 걱정 없이 잘살 텐데’라고 생각했다. 경제가 무엇인지 모르던 초등학교 때였다. 그런데 요즈음 내 초등학교 때 생각대로 하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그는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가구당 100만 원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소고기 사 먹고 좋잖아요”라고 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알았다.


소비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먼저 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다. 내가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를 팔고, 거기서 얻은 소득으로 다른 사람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 소비한다. 그리고 소비하고 남은 일부를 저축한다. 이 교환 과정에서 돈(화폐)이 오고 간다. 돈이 오고 가지만 실질적으로 교환되는 것은 내가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와 다른 사람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다. 돈은 우리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쉽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자체가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잘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부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 저축한 돈으로 도구와 기계와 같은 자본재를 구매한다. 자본재가 있어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래식 톱보다는 전기톱을 사용할 때 훨씬 더 많은 나무를 짧은 시간에 벨 수 있고, 땅을 팔 때도 삽 대신 굴삭기를 사용하면 짧은 시간 내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저축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즉 경제를 성장케 하고 우리를 잘살게 하는 원천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저축이 감소하면 경제가 쇠퇴하고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정부가 돈을 풀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저축의 가치가 훼손돼 사람들이 못살게 된다. 모든 사람의 생산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정부가 돈을 풀면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소비가 발생한다. 동일한 양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구매하려는 돈의 양이 많아진다. 그로 인해 자본재를 포함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저축으로 예전에 살 수 있었던 자본재를 살 수 없게 된다. 자본재 사용이 줄게 됨에 따라 생산이 감소해 경제는 쇠퇴하고 국민의 삶은 나빠진다. 이처럼 정부가 돈을 풀면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못살게 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 국가가 쇠퇴하게 된다.


더욱이 정부가 돈을 풀면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의 생산구조를 왜곡시켜 자본재 생산이 줄어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해를 가한다. 정부가 푼 돈이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소비재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면 소비재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생산요소들이 자본재 산업에서 소비재 산업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자본재 산업의 위축을 의미하다. 다시 말하면 새롭고 개선된 자본재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롭고 개선된 자본재가 생산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더 좋은 재화와 서비스가 더 생산되지 않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이 경제이론의 바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50년 전 애덤 스미스는 이미 '국부론’에서 “화폐는 중요한 유통수단이자 상거래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부를 창출하지 않고, 국부의 본질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있다”라고 했다. 재화와 서비스가 증가해야 경제가 성장하며 국부가 증가해 국민이 잘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화와 서비스를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경제적 자유라고 했다. 자유로운 경제환경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유도하여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정말 잘살기를 바란다면 돈을 풀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이론을 잘 몰라도 좋다. 단지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자. 정부가 돈을 풀어서 잘산다면 이 지구상에 가난한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오히려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리려고 했던 국가 중 잘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그리스 등이 그런 나라다.


'25만 원 지급’은 우리의 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약을 버젓이 제안하는 우리의 이 현실이 참 안타깝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자유기업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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