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목소리 외면한 3기 신도시 건설

곽은경 / 2019-05-22 / 조회: 697       아시아투데이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분당·일산의 1기 신도시, 화성 동탄 및 파주 운정의 2기 신도시에 이어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로써 정부가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밝힌 수도권 30만호 주택 공급 계획이 마무리되었다. 


공급 확대정책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을 잡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인상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강화해 왔다. 강도 높은 규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데 성공했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무주택자들마저 대출 규제에 막혀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졌고, 거래가 얼어붙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3기 신도시는 정부가 수요억제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신도시 공급해법은 시장의 수요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집이 꼭 필요한 곳, 수요가 높아 가격이 높은 곳에 공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가 강남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역효과만 나는 이유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싶어 하는 지역은 대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고, 교통·교육 및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특히 맞벌이 비중이 높은 도시가구들은 ‘직주근접’이 주거지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다. 다른 지역 가격은 하락하는데 강남3구나 성남·과천 등의 집값은 오히려 더 상승한 것도 이런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이들 지역과 얼마나 가깝냐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이 제한되어 있으니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강남 지역의 노후주택은 규제 때문에 재건축이 막혀있고, 고급주택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적은 상태다. 재건축을 허용해 낡은 아파트들이 살기 좋은 새 아파트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재건축을 허용하면 당장은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낡아서 제값을 받지 못하던 아파트들이 재건축 이후의 가치를 반영하는 현상일 뿐이다. 실제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는 시점이 되면 공급확대로 해당지역뿐 아니라 그 주변의 집값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여러 규제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값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부동산 거래와 가격의 불안정성만 키워왔다. 이번 신도시 공급 정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신도시에 30만호를 공급한다고 하지만 그 지역은 그만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 집을 더 공급하는 것이 집값 안정화에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20%가 서울로 통근 및 통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오는 버스·지하철에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해야만 한다. 수요가 높은 곳에 충분히 공급을 해주지 않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원리에 부합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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