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처방]부동산 투기와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그리고 화폐: 문제, 원인 그리고 해법

전용덕 / 2019-07-29 / 조회: 787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7)-부동산 투기와 화폐-전용덕.pdf


목 차

Ⅰ. 문제의 제기

Ⅱ.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이론적 원인들

1. 화폐적 원인들
2.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3. 실물적 원인들: 수요와 공급
4. 종합

Ⅲ. 실증 분석(1): 각종 재화(부동산 제외)의 가격 상승

1. 각종 재화의 가격 상승

2. 공공요금 또는 협정요금의 상승

3. 농수산물의 가격

4. 기술발전과 가격

5. 수입재화의 가격


Ⅳ. 실증 분석(2): 부동산 가격의 상승

1.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역사

2.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들

3.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1): 화폐 관련 부문

4.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2): 실물 관련 부문


Ⅴ.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에 대한 해법

1. 화폐 정책: 부동산과 기타 재화의 공통 사항

2. 지식의 문제와 케인스 경제학

3. 부동산 투기에 대한 비난: 국민을 속이는 것

4.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의 폐지

5. 부동산 관련 규제 폐지


Ⅵ. 결론


참고문헌


Ⅰ. 문제의 제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흉흉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래저래 화폐가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두 가지가 모두 현대 경제의 위기-미국의 경우는 2008년의 경제위기이고 그에 따라 세계 경제도 위기이고 한국 경우에는 화폐의 구매력이 장시간에 걸쳐 붕괴하고 있음-에 대한 보통 사람의 위기 의식과 일부 전문가의 해괴한 발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현 시점에서 실익이 전혀 없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경제이론이라고도 할 수 없는 현대통화이론에 귀를 기울일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화폐와 관련하여 그것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장시간에 걸친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과 반복되는 부동산 투기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장기에 화폐의 구매력이 지속적이고도 급속하게 하락해왔다는 점이다.


모든 재화들의 가격이 가장 크고 빠르게 올랐던 시기는 미군정, 1공화국, 3공화국 등의 순서이다. 그러나 미군정, 1공화국 등에서는 해방 또는 전쟁의 후유증이 작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화 시에 모든 재화의 가격이 가장 크고 빠르게 상승했던 시기는 3공화국이다. 부동산의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모든 재화, 특히 부동산의 가격은 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2017~2018년(일부 대도시에서는 2016년부터)에도 수도권 일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에 나섰고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은 너무 고가여서 임금 생활자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기간이 점점 더 길어져왔다. 지난 4년(2015~2018년) 사이 기존 주택을 구매·분양·상속 등의 방법으로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가구주의 평균 나이는 43.3세였다.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에서 주택 가격의 38%를 대출받는 방법으로 주택 가격을 지불했다. 평균 43세 무렵에 주택 가격의 38%의 금액을 대출받는 방법으로 주택을 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가격이 고가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아파트(건설한지 10년 이내)는 평당 1억 원이 넘는다. 그리고 충분한 자금이 없는 사람은 거주지가 서울에서 경기도 일대로 밀려나면서 출퇴근에 매일 평균 3~4시간을 소비한다는 비공식적인 조사가 있다. 이것은 화폐정책 뿐만 아니라 현재의 주택 정책이 문제가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화폐 정책을 주로 다루고 주택 정책은 필요한 경우에만 부차적으로 다룬다. 왜냐하면 아래에서 보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고가이고 장기에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폐공급의 큰 폭이고도 지속적인 증가 때문이다. 화폐공급의 감소가 경기 침체를, 그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의 하락 또는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초래했던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중요성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후자는 설명을 생략한다. 다만 이 시리즈의 내용을 역으로 응용하면 후자도 설명할 수 있음을 지적해 둔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다른 측면이 있다. 부동산은 '직접사용가치’(direct use value)와 '교환가치’(exchange value)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재화이다. 특히 건축물이 오래 되지 않은 경우에는 교환가치가 직접사용가치와 큰 차이가 없다. 건축한지 아주 오래된 아파트가 매우 고가인 경우는 직접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직접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직접사용가치가 감소하면서 교환가치도 그와 비례하여 감소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두 가치가 감소하지만 자동차보다는 매우 느리게 감소하거나 교환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특별한 재화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결정에는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재화와 구분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룬다. 


앞에서 서술한 내용 이외에도, 부동산(주식도 포함)이라는 재화는 다른 재화와 다른 점이 더 있다. 부동산이 경기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다음과 같은 '부동산 사이클’을 가진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화폐공급의 증대 정책 포함),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이고도 급격한 상승(즉 부동산 투기 발생)(경기변동의 붐 국면),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이고도 빠른 상승의 억제(즉 부동산 투기 억제)(화폐공급의 감소 정책 포함), 부동산 경기 둔화(경기변동의 침체 국면), 신도시 건설에 의한 대규모 신규 주택의 건설과 공급 그리고 광역 철도망의 건설과 연계,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 등의 반복 등이 그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 사이클에서 일부 과정은 화폐공급 증대(감소)에 의한 경기변동의 결과이다. 다만 경기변동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이 지속적이고도 빠르게 상승하고 연이어 하락하는 경우도 예외적이지만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화폐공급 증대 과정을 자세히 분석해야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부동산 사이클’의 패턴을 정형화하여 요약한다. 다만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아래에 서술한 부동산 사이클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첫째, 3~5년의 기간에 걸쳐서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이고도 급격하게 상승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정점에 접근하고 드디어 보통 사람들의 다수가 시세 차익을 위하여 부동산 거래에 가담한다. 이 때가 흔히 부동산 투기라고 일컬어지는 국면이다. 이것은 경기변동의 붐 국면이다.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인하하여 화폐공급을 증대시킨다.   


둘째, 정부는 가장 먼저 부동산 투기가 부동산 가격 급상승의 주범이라는 선전·선동을 하기 시작한다. 뒤 이어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대책들을 쏟아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세청 공무원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 합동단속반을 편성하여 투기가 과열되었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단속하고 다닌다. 


셋째, 그 다음 단계로는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거나 이자율을 인상하여 통화공급을 축소한다. 정부는 대출 규제와 통화공급 축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하나만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때의 상황, 정부가 중앙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 결과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억제되었지만 이제 부동산 경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경기변동이 위기를 거쳐 침체 국면으로 들어간다.  


넷째, 부동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발생한다는 추론에 의거하여 신도시 건설에 의한 대규모 신규 주택의 건설과 공급 계획을 발표한다. 여기에 정부는 도시 광역 철도망 건설 계획도 동시에 발표하고 다른 철도망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도 계획한다. 이렇게 해서 1, 2기 신도시가 건설되었고 3기 신도시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다섯째, 부동산 가격의 급격하고도 지속적인 상승은 억제되었지만 경기변동은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고 경기변동의 일부인 부동산 경기도 극심한 불황으로 빠져들거나 불황이 심화된다.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통상 3~5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6~8년),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대개의 경우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의 역()이다.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인하 또는 폐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 완화 또는 철폐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통화공급을 늘리고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후자는 경기변동을, 전자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함께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를 다시 초래하게 된다. 후자의 경기변동에는, 붐 시기에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지속적이고도 큰 상승을, 그 다음 단계인 위기와 침체 시기에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폭락이 뒤따른다. 2008년 국제경제 위기 이후에 이자율이 인상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이 주로 소비자에게 가면서 2017~2018년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이고도 급격한 상승은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왔다. 2008년 이후에 경기변동이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작았다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하고도 지속적인 상승이 재() 발생하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과정이 부동산 관련 사이클이지만 화폐공급 또는 금융 규제의 결과이기도 하다. 통상 부동산 관련 사이클을 포함하는 경기변동은 짧게는 대략 10년, 길게는 대략 13년이 걸리기 때문에 둘 또는 세 개의 정권과 관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2017~2018년 부동산 투기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원인 제공자라는 주장은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공업화 이후 역대 어떤 정권도 경기변동의 어떤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또는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역대 어떤 정권도 다음 정권이 어떤 상황을 맞을 것인가는 안중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1960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 사이클을 포함한 경기변동은 '정치적 경기변동'(political business cycle)으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화들의 가격은 어떤가? 예를 들어, 짜장면은 1960년에 10원이던 것이 2015년에 대략 5,000원 정도하고 있다. 55년 만에 500배 정도 상승했다. 라면은 1963년에 10원 하던 것이 2015년 현재 대략 1,000원 정도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에 100배 정도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급 라면은 1,000원을 훨씬 능가한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쌀 40kg에 1945년 0.35원에서 2015년 7만 6,000원으로 올라 70년 만에 약 217,000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영화 1편 관람에 1.7원에서 9,000원으로 올라 70년 만에 약 5,300배 상승했다. 담배는 3원에서 4,500원, 시내버스는 0.50원(기본구간)에서 1,300원으로 올라 70년 만에 각각 1,500배, 2,600배 상승했다.


이제 이 시리즈에서 풀어야 할 의문들을 요약해 보기로 한다. 첫째, 모든 재화의 가격을 결정할 때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경제가 교환수단을 사용하는 '간접교환’(indirect exchange)경제인 한에서는 화폐가 재화의 가격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학파종합은 재화의 가격에서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이론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이론을 응용하여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설명할 것이다.


둘째, 부동산도 재화의 일종이지만 다른 재화의 가격 결정과 다른 점이 한 가지가 있다.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이다. 이것을 좁게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와 같다. 이 기대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 특히 부동산 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자 한다면 넓게는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좁게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를 이해해야 한다.  


셋째, 부동산의 가격과 주식의 가격 등의 지속적이고도 급속한 변동은 경기변동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화폐의 공급 증가와 경기변동의 관계를 다루고 그를 기초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때마다 유사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이 시리즈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모든 재화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에 대한 분석도 진행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훌륭한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화폐정책과 금융정책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다루는 일은 이 작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필요 최소한만을 다루되 약간의 참고문헌을 소개할 것이다. 


다섯째,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의 인상 또는 도입은 토지가 불로소득의 원천이라는 이론 또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이론 또는 신념을 믿는 사람들을 조지스트(Georgist)라고 부른다. 그러나 조지스트의 주장과 달리 토지와 토지 소유자는 경제에서 생산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의 인상 또는 도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보다는 경제에 각종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부동산 투기가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가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는 조지스트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화폐공급 증대의 결과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에 의한 소득 불평등을 억제 또는 해소하고자 한다면 화폐공급을 결정하는 화폐정책과 금융정책, 더 근본적으로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표 7-4>에서 보듯이 1960년대 중반 이후 2018년 현재까지 1993년, 1998년만 제외하고 전국 토지의 평균 지가는 언제나 상승했다. 다만 연도별 평균 지가 상승률이 달랐을 뿐이다.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재화도 부동산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러므로 이 시리즈에서는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만을 다루되 '하락’(또는 완만한 상승)은 예외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모든 재화의 가격 하락도 아래에서 설명하는 이론을 응용하면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II절의 이론에서는 하락과 관련한 현상도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은 첨부 PDF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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