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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알파고와의 대국, 사람 본성 성찰할 기회였다

418 복거일 | 2016-03-21 | 조회수: 1,639

원문 바로가기 : 한국경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웠고 교훈적이었다. 나로선 사람의 천성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얻은 것이 반가웠다.

알파고의 기력은 중앙의 계산에서 두드러졌다. 중앙의 착점이 지닌 가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계산하는 듯했다. 직업기사들도 중앙 계산에선 초보적이어서, 계산된 '실리’에 대비되는 '세력’이란 개념을 쓴다. 중앙 전투에 도움이 되는 착수는 '두텁다’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엷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탁월한 중앙 계산이 알파고의 핵심적 능력인 듯하다.

중앙 계산이 약하므로 기사들은 귀와 변의 실리에 먼저 마음을 쓴다. 알파고는 중앙의 계산을 이용해서 중앙 작전을 주도했다. 그런 기풍은 화려한 세력 작전으로 '우주류’라 불린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의 기풍을 떠올리게 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지능 사이의 이런 미묘한 차이는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창문 노릇을 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사들이 보인 돌에 대한 집착이었다. 돌과 집은 같지만, 기사들은 본능적으로 집보다는 돌에 끌리는 듯했다. 사람의 지능은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인 것을 잘 다루도록 진화했다. 예컨대 아이들은 “3 더하기 4는 몇?”이라는 물음보다 “사과 3개에 사과 4개를 더하면 몇 개?”라는 물음에 빨리 대답한다.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은 돌을 살리는 데 마음을 쓰지만, 바둑 실력이 늘수록 집을 따지게 된다.

제2국에서 알파고가 상대의 작은 말을 잡고 대신 자기의 큰 말을 잡혔을 때, 이세돌 9단이 혹시 알파고가 실수한 것이 아닌가 화면을 확인한 장면에서 그 점이 잘 드러났다. 모두 알파고가 실수했다고 흥분했지만, 알파고는 선수를 얻어 보다 큰 이득을 보았다.

사람이 보이는 구체성에 대한 편향은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 불리는 편향으로 강화된다. 사람은 자기가 소유한 것들에 객관적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기사들은 자기 돌들을 죽이는 것을 꺼리고 사석작전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회피자들이다. 사람은 승패의 확률이 반반인 일에 돈을 걸지 않는다. 액수는 같지만, 딸 돈보다 잃을 돈이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구엔 우선순위가 있다. 그래서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에 먼저 쓰고 점차 사치적인 일들에 쓴다. 모든 사회엔 '손 안의 새 한 마리가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는 내용의 속담들이 있다.

기사들도 위험을 피한다. '실리를 싫어하는 기사 봤나?’는 얘기에 그들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작지만 확실한 이익을 상당히 클 수도 있지만 불확실한 이익보다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리해지면 안전하게 둔다. 알파고는 위험부담자의 면모를 보였다. 제3국에서 유리해진 뒤에도 승리를 굳히는 수를 두지 않았다.

알파고는 바둑의 규칙에 따라 계산만을 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이다. 즉 바둑 전문가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즉 사람의 지능은 생존 전문가다.

생존하려면 많은 일에서 잘해야 한다. 그러나 지능의 바탕인 뇌는 용량이 한정돼 있다. 따라서 사람의 지능은 어떤 기능이든지 생존에 필요한 수준만큼만 잘하도록 진화했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물체 인식과 안면 인식에서 사람의 지능은 뛰어나다.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이 두 분야에서 아직 초보적이라는 사실은 이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 진화했다. 합리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 수집엔 비용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수준에서 수집을 멈춘다. 이런 '제약된 합리성’의 논리가 사람의 지능 자체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번 대국은 모두에게 잔치였다. 알파고를 개발한 사람들도, 심리적 압력을 견뎌내고 선전한 이 9단도, 열심히 응원한 애기가들도 한껏 즐겼다.

이제 알파고를 이길 기사는 없겠지만, 그것이 대수랴, 애기가들의 수담은 이어질 것이다.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흥미로운 존재는 사람이다.


< 복거일 사회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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