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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기내난동이 ‘갑’만의 특권이란 말인가?

61 김다인 | 2016-12-28 | 조회수: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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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이 있었다는 사건을 페이스북에서 처음 접했다. 기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동영상([그림 1])에는 단 한 줄의 코멘트가 달렸다. '난동 피의자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이라고..’ 이 난동을 부린 사람이 '중소기업 사장 아들임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일보뿐만 아니다.

 

                                   

 

   

 

이 사건은 '기내난동 중소기업 아들이라는 하나의 성스러운 소명을 받들고 태어난 듯, 대부분 언론사 기사의 제목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2] 참고)

  

'중소기업 아들이 부린 행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자가 얼마나 몰상식하고 정신이상자 같은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었던 리차드 막스 역시 그를 '싸이코(psycho)’라고 칭하며 그가 승객과 승무원을 공격했음을 페이스북에 기재하였다. 이 기내난동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개의 포스팅을 올린 리차드 막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싸이코가 승객과 직원을 공격한다.

직원들은 대처능력이 없다.

 

이는 이 사건을 대하는 한국의 언론과 한국인들의 관점과 매우 다르다. 즉 한국 언론은 이 사건을 '중소기업 아들'갑질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이를 수용하는 한국인들 역시 '갑질에 불쌍한 을인 승무원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술에 취해 정신이상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인가? 술에 취해 버스 기사를 폭행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밀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성방가를 해 대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일상적이라 그다지 이슈도 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새는 법인데, 땅 위에서 하는 행동을 하늘 위에서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증명하듯 비행기에서 술 먹고 난동을 부리는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2004년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1999~2003년 대한항공 기내 난동 376건이 발생하였으면, 그 가운데 178(47%)가 음주로 인한 난동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6년에는 대한항공에 탄 A(40)씨가 폭언과 욕설을 심하게 하는 등 난동을 부려, 비행기 사무장 등 항공사 직원 34명이 주먹으로 폭행도 당한 사건도 있었다. 이 승객은 경찰에 인계되었는데, [그림3]에서 알 수 있듯 매년 20건 내외의 경찰 인계 건수(대한항공 기준)가 발생했다. 승객들의 기내 난동은 음주 난동뿐만이 아니다.

 

                                    

   

 

2009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이륙 직전에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요구한 사례가 총 38건 발생했다. 이 중 22건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 사유인 즉, '여정이 취소됐다', '자동차 열쇠를 꽂아놓고 왔다', '서류를 놓고 탑승했다', '집 열쇠를 잊어버렸다', '복용하는 약을 챙기지 못했다' 등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기내 난동이 특권층에게 부여된 '갑질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기내 난동을 다룬 기사들을 과거부터 살펴보니 '우리나라의 기내난동은 심각한 수준이다와 같은 코멘트가 많이 보인다. 이에 대해 2가지의 의견을 제시하는 바이다.

 

첫째로는, 비행기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 사회 어디에서나 술을 먹고 추태를 부리거나, 맨 정신이어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일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기업 임원이어서, 중소기업 대표 아들이어서 그런 추태를 부리는 것인가? 이슈 메이커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언론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 술 먹고 한 실수에 대해 관대한 사회 분위기,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잘못된 이기주의 행태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으로 '야마를 잡는 것이 참 언론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저런 정신 이상자가 난동을 부리는 장소가 비행기라는 사실은 사건의 무게를 무겁게 만든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같은 공간에서 '싸이코에게 시달려야 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결국 이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직원들이 아니라 다른 승객들이다. 대한항공은 많은 승객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리차드 막스가 승무원들이 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대한항공을 대신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풍경을 목격했다. 한국에서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려면 손님을 왕으로 모셔야 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손님이 돈이 많으면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정보와 함께...... 이는 두 번째로 제시하는 의견과 연결된다.

 

수많은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서비스 정신을 지키겠다고 '싸이코를 제대로 제지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이고, 그가 '금수저여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더더욱 문제이다. 대한항공 홍보실 허원 부장은 2014"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아 전보다 강력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말한 바가 있다. 그 강력한 조치가, 외국인에 눈에 비친 “A completely ill-prepared and untrained crew”인 것인가?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언론이라면, 승무원과 다른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항공사의 매뉴얼 강화에 대해 쓴 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

 

'금수저'갑질을 힘주어 말하는 오늘날의 언론들은, '싸이코의 등급까지 부모의 재력에 따라 결정하는 막돼먹은 언론이다. '기내난동 중소기업 아들사건이 과연 특별한 사건인지, 우리 일상생활에 빈번히 일어나는 폐단은 아닌지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켜주는 언론은 없는 것인가

 

<기사개요>

매체 : 매일경제, 민중의소리, 헤럴드경제, 노컷뉴스, 에너지경제

기사명 : 기내난동 중소기업 아들, 경찰 출석... '기억 안나

 

김다인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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