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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의 큰 그림

28 최성환 | 2016-11-28 | 조회수: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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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중 인터넷을 하다가 어느 학부모가 올린 모 고등학교의 한국사 시험 문제를 보게 되었다. 사진에 찍힌 문제들은 주관식 5문제로 모두 대한민국 건국 이후 범위에 속하는 문제였다. 시험에 대해 추측해 보자면 주관식이라고 따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객관식도 같이 존재하는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 시험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올해 수능을 치지 않는다.



우선 주관식 문제의 범위부터 무언가 의심이 간다. 혹자는 뭐 변별력을 위해 배운 데로 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꼭 대한민국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문제가 삼국 시대 문제보다 뒤에 있어야한다는 법은 없다. 이 문장에는 동의한다. 문제의 범위를 뒤죽박죽 혼란하게 바꿀 수 있다. 이건 엄연히 학생 내신 성적을 평가하는 해당 과목 교사의 권한이다. 그럼 출제자인 교사는 주관식에 1번부터 5번까지 마지막 교과범위인 대한민국 범위를 변별력을 위해 배치해 놨다고 치자. 그러면 관련 대통령 순서는 왜 굳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대중-노무현’ 인가?

 

대수롭지 않은 것을 트집 잡은 것일 수도 있다.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문제 순서를 가지고 언급한 것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위함이다. 가령 ‘볶음밥’에서 식용유와 야채를 먼저 굽는 과정이다. 이제 글이라는 음식에 밥과 참치를 넣어 살펴보자. 


‘1번 문제 1960년 4.19 혁명으로 하야한 대통령은?’ 답은 간단히 이승만이다. 하야라는 것은 물러난다는 뜻으로 그 인물에 대한 나쁜 평가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2년 동안 재임했으며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번 수능에 나온 농지 개혁이나 한·미 상호방위조약 또는 지난여름에 이슈가 되었던 대한민국 공식 정부를 수립하여 건국한 얘기는 쏙 빼놓고 꼬투리만 잡아서 문제를 내는 모양새다.


‘2번 문제 다음의 자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통령은?’ 보기는 ‘베트남 파병, 3선 개헌, 새마을 운동, 한·일 협정, 10월 유신, 10·26 사태’로 나와 있다. 정답은 박정희다. 여기서 보기들을 보면 적나라한 출제자의 편파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새마을 운동 빼고는 출제인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선 10·26 사태나 10월 유신 그리고 3선 개헌만 보면 출제자가 해당되는 국가 원수에 대한 부정적인 보기이다. 


그렇다고 남은 3개 중 베트남 파병과 한·일 협정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순수하게 인정한 것일까? 우선 베트남 파병을 보자. 파병은 군대를 보낸 것이다. 베트남에 갔던 군대는 월남전에 참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경제 및 군사력 발전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약속받고 이행한 것이다. 보통 전쟁을 하다보면 자신이 살기 위해 상대방을 제거하게 된다. 이를 누구는 생존을 위한다고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학살을 뜻한다. 그러므로 베트남 학살은 박정희 대통령을 ‘남에 나라에 군대를 보내 학살을 벌인 대통령’, ‘역시 한반도를 짓밟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의 친일파 본성이 드러난 약소국 파병’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한·일 협정이다. 앞서 월남 파병처럼 이 협정을 하게 된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한 자금 확보책이었다. 단순히 공식적 용어를 사용했지만 숨은 의도는 최근 시류이다. 현재 정권에서 얼마 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한 것을 마치 시인인 마냥 출제자가 은유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한·일 협정을 했던 친일파이니, 현재 그 딸도 아버지처럼 친일을 하고 있다는 선동을 다다미 같은 장판마냥 깔고 있다. ‘그 아비에 그 딸’이라는 시국에 편승한 출제자의 선동을 엿볼 수 있다. 왜 굳이 경부고속도로, 제철소 그리고 조선소 건설 같은 인프라 확충이나 경제개발5개년계획 같은 명칭은 왜 빠졌는지 출제자에게 묻고 싶다.


‘3번 문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을 공수 부대 등을 동원하여 무력 진압하는데 관계하고, 5공화국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은?’ 우선 답은 전두환이다. 여기서 필자는 앞서 출제자의 편파성을 넘어 이제 출제자의 출제 수준까지 의심하고 싶어진다. 우선 5.18은 당시에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받은 것은 후에 문민정부 이후의 일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10년이 넘도록 운동이 아니라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분류되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5·18 폭동이라고 하자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급하게 출제를 해보자면, ‘A의 봄, 광주에서의 A·18, A+1·29 선언, 제 A공화국의 B 대통령으로 여기서 A, B를 적으시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시험문제보다 이게 더 참신하지 않은가?

 

‘4번 문제 선거를 통한 최초의 평화적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2001년 8월 IMF 관리 체제(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은?’ 정답은 김대중이다. 앞서 다른 주관식 문제와 달리 문제를 보면 무언가 상당히 밝은 편이다. 역사 선생님이 문제를 만들 때 ‘이제 몇 문제 안 남았다’라며 기쁜 마음에 이렇게 낸 것인지 또는 출제자의 편파성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교집합인가? 


우선 출제자가 1~3번 문제에 나온 대통령들에 나쁜 점을 부각시키고 4번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히 좋은 점을 부각시킨 수준이 아니라 좋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써냈다. 앞의 문제들의 지도자들은 나쁘게 평가하면 독재자로 평가된다. 4번 문제의 지도자는 독재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출제자는 민주주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민주주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제 첫 부분을 봐라. 선거를 통한 최초의 평화적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이것을 김대중 대통령이 이뤘는가? 이루었다는 것은 주도적인데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사람들은 국민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적인 여야 정권 교체를 국민들이 만들었고 그 수혜자이다. 이건 해방과 독립을 구분 못하는 것과 똑같다. 중학교 때 배우던 영어 문법 ’능동태-수동태‘의 개념을 배우지 못한 것인가? 그러므로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는 것이 아니라 당선되었다라고 문제를 바꿔야 한다. 


그 다음에는 대북 화해 협력 추진이라고 한다. 앞에서는 무언가 결말이 나온 사건 명칭들이었는데 이제는 완성시키지 못한 일을 버젓이 내놓는다. 밑천이 드러난 것인가 아니면 출제자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의심하는 것인가? 게다가 대북 화해 협력이라는 굳이 긴 단어를 왜 쓰는 것일까?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에 눈치를 보며 바꾼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북 화해 협력 추진은 넣으면서 영해에서 나라 지키며 싸우다 전사한 연평해전은 왜 문제에 없었을까? 당시 한·일 어업협정 체결을 왜 넣지 않았을까? 2번 문제에 베트남 파병과 한·일 협정을 넣었으면서 4번에는 관대할까? 애초에 일본 가서 월드컵 결승전 보러갔다는 내용은 바라지도 않았다.

 

‘5번 문제 참여 정부를 표방하고, 권위주의 청산을 지향했으며, 과거사 진상 규명에 노력했던 대통령은?’ 역사 순서대로 문제를 다 읽지 않아도 정답이 노무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문제는 편향성의 정점을 찍고 있다. 일단 뭔가 이룬 것이 없다. 추상적인 표현들이다. 쉽게 말해 이렇게 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이러한 계획을 목표로 했고, 이런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무슨 변명하기 직전에 얘기들이다. ‘아, 내가 이러려고 했는데...’ 최소한 4번 문제에는 IMF 관리 체제를 극복했다는 업적이라도 나와 있다. 여기서는 무언가 이룬 것이 없다. 


출제자는 분명 4번 문제처럼 5번 문제에서도 밝은 내용의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돌려서 말하면 아무 것도 못한 것이다. 역사 선생님께서 이 대통령은 하려다가 말았던 분이라고 스스로 최소한의 양심선언을 한 것인가? 엄밀히 말해 권우주의 청산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문민정부를 표방했고, 하나회 척결이라는 결과가 존재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지향만 한 것이다. 출제자에게 묻고 싶다. 한·미 FTA 첫 타결이라는 업적은 왜 넣지 않았는가? 2번 문제의 베트남 파병처럼 이라크 파병은 왜 넣지 않았는가? 1번 문제의 하야처럼 최근 이슈인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왜 뺐는가?

 

이렇게 내면 행복한가? 무언가 한 건 이룬 것 같은가? 이러면 잘했다며 칭찬해줄 사람이 있는 것인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평가받는 시험이 출제자 분에겐 단순히 유행에 맞춘 인증 샷의 수단인 것인가? 믿고 싶다. 학교 내신을 믿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교과서 단일화가 왜 필요한 것인가라고 보여주기 위한 ‘빅 픽쳐였다’는 것을.


최성환│박정희청년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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