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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민을 위한 국가최고규범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176 김상겸 | 2016-11-01 | 조회수: 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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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헌법 개정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갑자기 헌법 개정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비록 대통령이 국회에게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의 시작을 요구하였지만, 정치권이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물론 제20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본격적으로 헌법개정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만 그동안 국회는 정치적 현안에 매달리면서 헌법개정논의에 적극적이지 못하였다.


1987년 국민의 직선제 요구로 시작된 헌법개정문제는 7년 단임의 대통령간선제였던 헌법을 5년 단임의 대통령직선제로 바꾸면서 제5공화국의 헌법을 상당부분 개정하여 소위 제6공화국헌법을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제9차 개정헌법도 시간적 제약 속에서 기본적인 틀은 변경하지 못하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여 총칙부터 기본권 및 통치 구조를 부분적으로 변경하면서 헌법재판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으로 개정작업을 끝내고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정된 헌법은 그 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제9차 개정헌법이 20년이 된 2007년 초 당시 노문현 정부는 대통령임기와 관련하여 헌법개정논의를 시작하였다. 당시 헌법개정논의는 2-3년 간 헌법개정논의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자, 대통령임기와 관련된 조항의 개정이라도 하자는 취지에서 소위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하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헌법개정논의는 다가온 대선으로 인하여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대선이 아니라 하여도 전면개정 형태의 헌법개정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대통령 임기조항만 개정한다는 것은 명분도 약하고 국민의 동의도 얻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2008년 제18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국회는 국회의장 산하에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정부형태 등 헌법 개정 논의를 하였다. 그 후 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는 제19대 국회에서도 계속되었는데, 이때는 국회의장 산하에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구성되어 헌법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그 이상은 추진되지 않았다. 이렇게 10년 가까이 헌법 개정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이번 제20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에 의하여 개헌 논의가 공론화되었고, 야당에서도 정당·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하였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 제9차 개정헌법으로 당시 국회에서 여야가 구성한 특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만들어서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투표를 거쳤다. 우리나라 헌법개정절차는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라는 가중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헌법 개정의 방식은 한두 개 조항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의 부분개정이 아니라 전면개정이란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헌법개정의회를 개최하여 헌법개정절차를 밟는 다른 국가들보다도 까다롭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이 헌법개정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헌법 개정은 요원하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제9차 개정헌법인 현행 헌법은 30년이 다 되었다.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행 헌법이다. 지나간 10여 년 동안 헌법 개정의 논의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상당히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지난 30년 간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였고, 이념으로 대치하던 동서냉전의 시대도 지나갔다. 물론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는 여전히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고 있고,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도 남북경협을 통하여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으나 크게 변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로 인하여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규범이면서 최고규범이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정부를 수립하고 대한민국을 출범하면서 헌법을 제정하였다. 그 이후 헌법은 1987년까지 9차례에 걸쳐 개정이 되었다. 약 40년 동안 9번에 걸쳐 헌법이 개정되었고, 1987년 이후 약 3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헌법 개정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아무튼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헌법개정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이 된 것을 보아도 헌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Ⅱ. 헌법 개정의 필요성


성문헌법은 근대 시민혁명을 통하여 입헌주의가 정착되면서 시작되었고,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헌법이란 용어가 1787년 미국 연방헌법에 사용되었다. 이 이후 성문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 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기본조직과 권한에 관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 기본 틀에는 큰 변화가 없다. 우리나라 실정헌법은 1948년 제정된 이후 1987년까지 9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헌법총강과 기본권 및 통치구조라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해 왔다. 헌법의 이런 구조는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전개된 헌법개정논의에서 헌법의 구조 자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고, 헌법의 내용 중에서도 특히 정부형태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헌법개정논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를 전제로 한 대통령의 임기 중심에서 의원내각제나 프랑스식의 이원정부제 등이다. 우리나라 헌정사는 주로 정부형태를 중심으로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헌법이 어떤 구도를 가지고 내용을 나열하는지 문제는 헌법이 갖고 있는 특성과 관련되어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 독일은 국민의 기본권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가권력을 뒤에 배치함으로써 국가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결단을 통하여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합의를 도출시켜 만든 문서이다. 한 국가에 있어서 최고문서면서 국민의 존재와 국가의 존립에 정당성을 제공해 주는 근거이다. 헌법이 국가의 최고 법질서라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는 헌법은 국가정당성의 근거를 제공하기 어렵다. 헌법은 살아있는 국가 최고의 규범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Ⅲ. 헌법 개정을 위한 전제 조건과 개정 방향


현행 헌법은 헌법전문과 본문, 그리고 부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헌법구조에서 헌법전문과 부칙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헌법본문에 비하여 개정작업에 있어서 핵심대상은 아니다. 헌법 개정은 주로 헌법본문에 대해서만 논의되어진다. 헌법본문은 헌법총강과 기본권 및 국가권력에 관한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권과 총강 부분은 그동안 헌법을 지배하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고 심도 깊은 논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 헌법 개정 때마다 단순히 조항을 추가하거나 정리하는 정도로 끝났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한편에서는 헌법의 현실성을 수용하여 탄력성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헌법규정간의 해석충돌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논쟁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관계인데, 제3조의 영토조항은 이후에 추가된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으로 인하여 양조항간의 해석의 문제가 촉발되었고 학계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 규정들은 경제조항과 관련하여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 규정을 근거로 직접적인 소의 청구가 가능한 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로 인하여 이번 헌법개정논의에서는 기본권규정과 총강에 해당하는 규정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헌법의 실질적 규범력의 확보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기본권 전반에 걸친 정리 작업을 통하여 체계화가 요구되며, 헌법총강 역시 국가의 형태와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 기본원리와 기본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부분으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의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새롭게 탈바꿈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헌법은 법치국가 헌법으로 실질적인 효력을 갖고 재판에서 직접 적용된다. 이번 개정논의에서는 헌법이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은 국민을 위한 국가최고규범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헌법 개정의 목적은 국민의 기본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개정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고, 국가권력구조의 민주화를 통하여 국민의 생존권도 확대 보장하여야 한다. 즉 헌법은 국민을 위하여 나아가 개인인 인간을 위하여 실질적 규범력을 갖고 살아있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 국민이 국가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헌법은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헌법은 기본권규정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걸 맞는 헌법으로서 인권존중의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에서 민주주의에 입각한 공화국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지만, 헌법을 개정하면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위한 초석이다. 지방자치는 국민주권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 주민에 의한 자기지배의 실현원리이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에 관하여 장을 달리 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족하다. 그래서 현행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의 헌법적 근거를 확립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즉 대한민국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이며 공화국이라는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건국헌법 이래 경제에 관하여 여러 조항을 두었으며, 제9차 개정헌법도 제9장에서 경제에 관한 장을 두고 경제 질서에 관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경제질서에 있어서 핵심조항은 제119조와 제23조이다. 헌법 제119조는 제1항에서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존중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동조 제2항에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의 기능을 국가에게 위임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의 경제 간섭의 문제가 나오고 있으며, 경제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늘날 한 국가의 경제는 세계화 속에서 세계로 재편되고 있다. 경제주권 역시 헌법상의 국민주권원리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면 단순히 국가의 관여에 대한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되고 진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틀 속에서 헌법규정이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에서 경제에 관한 장이 필요한 지 여부를 떠나서 경제 질서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은 시대정신을 관통하며 사회문화를 수용하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대는 디지털 정보사회이고 고도산업의 발달과 함께 인류사회가 환경오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헌법은 21세기가 요구하는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범이 되어야 한다. 이는 법치국가가 요구하는 법적 안정성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법치국가의 완성을 위한 방향성이라 본다. 즉 정보의 시대와 문화의 시대를 선도하고 환경국가를 지향하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보기본권에 관한 근거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구성원의 삶에 방향을 제시한다. 21세기는 세계화 속에서 정보통신의 혁명과 국가 간의 합종연횡으로 어느 시대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우리는 열강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발전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헌법은 현실을 조화롭게 해쳐나갈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헌법 개정은 국가의 최고규범을 변경하는 행위이다. 헌법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발의권을 대통령과 국회에 부여하고 있는 것뿐이다. 개헌발의권에는 국민주권원리와 자유민주주의원리,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에 주어진 개헌발의권은 국가기관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여 행사하는 국가기관의 책임과 의무에 불과하다.


헌법은 단순히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개정하는 규범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존립의 목적과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조직과 그 조직이 국민을 위하여 행사해야 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헌법 개정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튼 헌법은 국민을 위한 국가최고규범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헌법 개정의 목적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헌법 개정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고 국민의 생존권도 확대 보장하여야 한다. 헌법은 국민을 위하여 나아가 개인인 인간을 위하여 실질적인 효력으로 살아서 움직이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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