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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라디오스타에 대하여

이준구 | 2016-05-10 23:00:57 | 조회수: 556 | 분류: 제20회

   "Video killed the radio star~".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오프닝곡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 노래는 밴드 The Buggles가 1979년에 발표한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이라는 곡이다. 미국에서 라디오는 20세기 초반부터 뉴스와 음악방송을 듣는 대중매체로서 TV가 나오기 전까지 크게 유행했다. 자연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라디오스타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비디오, 즉 TV의 등장으로 라디오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걸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한편 허영만의 유명만화 '식객'을 읽다가 우연히 이런 표현을 발견했다. '대도시의 맛에 지배당한 원조 아구찜 골목'. 허영만 작가는 마산의 아구찜 골목이 점점 원조의 맛을 잃어가고 서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서 맛의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어떤 느낌으로 하는 말인지는 이해가 가면서도 수요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공급자가 품질(맛)을 개량하는 것을 두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대도시의 맛'이란게 대체 무얼까? 허영만씨가 말하는 대도시의 맛의 실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원조 아구찜 골목을 점령해가고 있다면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그 맛을 좋아하고 많이 찾는다는 것이 아닐까? 시장에서 공급자가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세상은 점점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진화한다. 또한 사람들의 니즈는 다양하다. 비슷한 재화와 서비스를 원할지라도 세부적으론 각각 입맛이 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시장은 변화와 함께 다양성을 추구한다. 분명히 그 아구찜 골목에도 아직 옛날방식의 맛을 고집하는 가게는 있을 것이다. 옛날맛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가게로 가면 된다. 

   나는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조차도 이해하지 못한채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주장에 염증을 느낀다. 어느 사회에서나 좌익세력(Left-wing)은 이분법적 세계관과 계급론으로 분열과 갈등, 그리고 순진한 대중들의 분노를 조장한다.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99대1'의 프레임을 덧씌우고 국민을 '자본가와 노동자',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도시와 향촌' 등으로 양분하며 그들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더 나아가서 선과 악의 관계로 재단한다. 마르크스가 시장경제를 자본가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공간으로만 파악한 것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그들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은 모두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존재인냥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그런 선입관에 빠지겠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그렇게 편의적으로 '선과 악'이나 '지배와 피지배'의 일방구도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업이 번창해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재화와 서비스와 경쟁해서 이기고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이 부를 얻는다. 부의 획득은 착취와 강탈이 아닌 시장에서의 소비와 교환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시장경제의 주인은 좌파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가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주권자이자 자율적인 주체로서 존재한다. 

   자칭 '진보'라는 좌익세력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된 시선, 몰이해는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로 파악하고 계급투쟁에만 집중하는 마르크스주의 특유의 근시안적인 사고방식과 더불어서 경제현상을 제로섬게임(Zero-sum game)으로만 바라보는 사고적 한계에 기인한다. 빌 게이츠가 윈도우즈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서 이익을 얻은 것은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빌 게이츠 자신과 Microsoft사 뿐만 아니라 '윈도우즈'를 통해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누리게 된 모든 사람들이다. 윈도우즈와 컴퓨터 덕분에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빌 게이츠가 윈도우즈 개발로 높은 소득을 올린 것은 타인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적절한 가격에 제공했기 때문이며 이 때 시장에서 발생한 부의 이전은 이러한 win-win 효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경제에서의 경제현상은 가치의 교환을 통해 Positive-sum game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의 소비(교환)은 절대 한 쪽만이 이득을 챙기고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Zero-sum game이 아니란 말이다.
 
  TV(新산업)이 라디오(舊산업)을 죽였다고 TV를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라고 부른 개념이다.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시장경제가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모두 창조적 파괴라는 현상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창조적 파괴는 기술의 혁신과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따라 필연적이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특정산업의 도태와 그 대체재로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신산업의 성공을 일컫는 개념이다.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도태된 분야는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어서 폐기된 것이므로 창조적 파괴는 사회가 효율적,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발전지향적인 현상'이다. 과거에 석탄이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붐을 일으킨 탄광촌과 그 많던 광부들은 석탄이 석유와 전기에 밀리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광부들이 일자리를 잃고 탄광회사들이 문을 닫았으니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인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초래하는 구산업의 파괴 혹은 도태보다 그것을 야기한 신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가 당연히 훨씬 크다. 더욱 유용하고 효율적이기에 선택받은 것이다. 사라진 경제가치(일자리 등)보다 훨씬 큰 경제효과(투자 등)와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2G폰과 공중전화 등의 기존산업 분야는 완전히 쇠퇴했지만 누가 그것을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따라서 창조적 파괴는 그 이름과는 역설적으로 파괴적이 아니라 생산적인 현상이다. 우리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인류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당신이 창조적 파괴의 개념과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온전히 이해하고나서 세상을 바라보면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TV는 라디오스타를 죽이지 않았다. TV의 등장으로 라디오의 영향력은 상당히 하락했을지 몰라도 라디오스타가 모두 죽은 것은 아니며 라디오의 몰락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다. 과거의 라디오스타들조차도 집에서 TV를 즐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라도 불쌍한 TV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아직까지 낡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미신을 신봉하는 좌익세력에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헐뜯기고 박해를 당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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