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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인물기행] 21세기 정치가의 모형 토니 블레어

408 복거일 | 2015-06-09 | 조회수: 2,657

모든 전쟁은 영웅들을 낳는다. 물론 그런 영웅들은 대부분 군인들이다. 비록 작고 짧은 전쟁이었지만, 이번 코소보 전쟁도 영웅들을 낳았다. 특별한 점은,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세르비아에 대해 일방적으로 공습을 했으므로, 이번의 영웅들은 군인이 아니고 정치가들이라는 사실이다. 뛰어난 정치력으로 NATO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일관된 작전을 펴도록 이끌 클린턴 미국 대통령(William Jefferson Clinton), 지상군의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주류 의견에 맞서 공습만으로도 세르비아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앨 고어 미국 부통령(Al Gore), 그리고 NATO의 작전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한 하비에르 솔라나(Jaiver Solana)NATO 사무총장은 그런 영웅들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영웅은 역시 토니 블레어(Tony Blair)영국 수상이다.

블레어는 처음부터 세르비아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장했었다. 특히 지상군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우리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러나 NATO가 코소보에서 벌인 작전이 도덕적 행위라는 주장 때문이다. “우리는 독재자들이 인종 청소를 하고도 벌을 받지 않거나 마음대로 시민들을 억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새로운 천 년기(千年期, millennium) 맞아야합니다. 지금 우리는 가치들과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제주의를 세울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는 마케도니아의 난민들을 찾아 위로했고, 종전 뒤에 나올 발칸 반동의 재건 작업을 새로운 도덕적 십자군 운동이라 불렀다.

그의 언행은 NATO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의 언행은 오히려 그의 위대한 전임자인 글래드스턴(William Ewart Gladstone, 1809~1898)의 언행을 연상시킨다. 영국이 세계를 이끌던 19세기 후반에 수상을 네 번이나 지내면서 자유주의의 원로(Grand Old Man of Liberalism)'라 불린 글래드스턴은 중요한 정치적 문제들을 도덕적 문제들로 여기고 설명하는 경향을 지녔었다. 그는 국내에서 많은 자유주의 정책들을 실천했을 뿐 아니라 억압받는 나라들을 도우려고 애썼다. 블레어도 자신이 글래드스턴과 비슷하다고 느낀 듯하니, 불가리아를 방문했을 때, 그는 글래드스턴이 불가리아 사람들을 혹독하게 탄압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소리 높여 비판했던 일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전쟁의 도덕적 성격을 강조하는 블레어는 현실 정치(Realpolitik)에 바탕을 둔 정치가들이 주류를 이룬 현재의 상황에서 소수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길게 조망해보면, 그는 오히려 주류에 속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사회 조직과 정치는 점점 인도적이고 도덕적이 되어왔다. 고대에선 힘센 나라는 으레 둘레의 약한 나라들을 정복했고, 정복된 사람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거나 추방당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 야만적 관행은 문명이 발전할수록 드물어졌다. 그래도 한 세기 전엔 유럽의 강국들 사이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식민지들의 쟁탈을 둘러싼 위기를 해소하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꼭 백 년 전인 1899년의 상황을 살펴보면, 필리핀은 미국의 지배에 대해 반란을 시작했고, 러시아는 식민지 핀란드에 압제적 조치들을 취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파쇼다 사건을 통해 아프리카의 분할에 합의했고, 유럽의 열강들은 중국의 땅과 이권들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이번 전쟁이 일깨워주었듯이, 아직 인종 청소와 같은 야만적 행태들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이제 그런 제국주의적 행동은 많이 가셨고, 21세기엔 더욱 인도적이고 도덕적인 국제 관계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블레어는 21세기에 나올 정치가의 모형인 셈이다.

글래드스턴과 블레어 사이엔 또 하나 비슷한 점이 있으니, 둘 다 처음엔 자유주의자들이 아니었다가 뒤에 자유주의자들이 되었다. 글래드스턴은 원래 보수주의자였고 블레어는 사회민주주의자였다. 노동당을 이끈 블레어는 집권하자, 노동당의 전통적인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버리고 대신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3의 길(Third Way)’이란 모호한 수사로 자신의 그런 전향을 숨기고 전통적 지지자들을 달랬다. 그래서 그는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재임 1979~1990)의 유산을 이어받아 자유주의 정책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추진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의 그런 자세는 권리 주장의 시대(Age of entitlement)'에서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블레어의 행보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그는 아주 잘해왔다. 그러나 글래드스턴은 빅토리아여왕(Victoria, 재위 1837~1901)에게 오랫동안 충성스럽게 봉사하고도 그녀에게 미움을 받아서, 마지막 알현은 글래드스턴에게 큰 실망이었다. 임기를 마친 블레어가 영국 시민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인기를 받기를 바랄 따름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인데, 정치에 대한 그의 도덕적 접근은 지역적 정치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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