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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인물기행] 가장 성공적인 사람 아프리카 이브

407 복거일 | 2015-06-08 | 조회수: 2,879

인류 역사에 방대한 기록들은 대부분 우리 몸 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 잊고 산다. 역사를 얘기할 때도, 그렇다.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수십억 년 동안의 진화로 다듬어졌다. 그런 기간에 비하면, '역사 시대는 말 그대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를 움직이는 욕망들과 본능들은 모두 그렇게 긴 진화 과정에서 형성됐고,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사실들은 그런 욕망들과 본능들이 최근에 구체화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를 살필 때, 우리는 먼 과거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는 자신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운동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몸은 원래 상당히 격렬한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음이 드러난다. 현대 문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힘든 육체적 활동이 삶의 기본 조건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몸은 온갖 탈이 나게 된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긴 진화의 기간에 사람은 늘 굶주리면서 살았다. 따라서, 먹을 것이 많을 때, 그 에너지를 지방으로 몸속에 저장해두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 몸속의 지방이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먹을 것이 늘 풍부한 문명 환경 속에선 지방을 축적하는 생체 기구는 비적응적이 되고, 비만을 불러와서 갖가지 질병들을 낳는다.

근년에 일부 유전인류학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 여인의 후손들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비록 낯설지만, 그 가설은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진화의 자취에 바탕을 두었다. 그 가설을 처음 내놓은 미국 유전학자 앨런 윌슨에 따르면, 그 여인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다고 추정된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런 가설은 '이브 가설(Eve hypothesis)'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브 가설의 바탕이 된 진화의 자취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들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반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작은 기관으로, 세포 호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와 함께 움직이므로, 세대가 바뀔 때마다 뒤섞이는 다른 유전자들과 달리, 그 유전자들은 그대로 여계(女系)로 전해진다. 자연히,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들을 이루는 디옥시리보핵산(mtDNA)은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바뀐다. 따라서 사람들이 mtDNA를 공유하는 정도는 그들의 혈연관계의 원근을 가리킨다. 그런 혈연관계를 추적하면, 사람들의 공동의 여계 조상들로부터 갈라져 나온 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속도를 추측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갈라져 나온 때도 추정할 수 있다. 그런 작업들을 거쳐, 윌슨은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인의 후손들임을 밝혔다.

'이브 가설은 아직 가설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에 따른 '아프리카 이브의 생존 연대도 윌슨의 추정과 다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탄탄한 바탕을 가진 가설이다. 만일 실재했다면, 물론 '아프리카 이브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의 특질들은 인류 역사에서 빚는 데서 모두 결정적 역할을 했을 터이다. 아울러 그녀는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한 생명체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유전자들을 되도록 많이 퍼뜨리는 것이므로, 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녀는 성공의 표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물학적 기준이 지금의 인류에게도 성공의 궁극적 기준이어야 할까? 그래서 다른 가치들과는 무관하거나 그것들보다 우선적으로, 그저 자식들을 많이 남긴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로 여겨져야 할까? 인류가 문명을 이루어 여러 가지 방식들로 생물적 조건들을 뛰어넘었고, 자연히, 우리의 가치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성공적 삶의 판별 기준에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서로 크게 다른 두 가치들을 - 생물학적 차원의 가치들과 문명적 차원의 가치들을 - 우리는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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