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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인물기행] 성공적 발명의 조건들 제임스 와트

405 복거일 | 2015-06-08 | 조회수: 2,321

나라살림이 어려워지고 기름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우리 시민들의 눈길이 다시 태양열과 석탄으로 쏠리고 있다. 에너지 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 에너지 원천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태양열을 에너지 원천으로 처음 이용한 것은 로마사람들이었다. 기원전 1세기에 이미 로마는 나무를 다 써버려서 땔감을 멀리 코카서스지방에서 배로 실어 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탈리아 반도는 늘 햇살이 잘 비치는 곳이었다. 그래서 로마사람들은 겨울엔 햇살을 가장 많이 받고 여름엔 적게 받도록 건물들을 세우고 창문을 달았다. 그리고 반투명의 돌비늘로 온실들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햇빛을 받을 권리가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해져서 6세기에 마련된 유스티니아누스법전엔 일조권(日照權)에 관한 규정이 들어갔다. 태양열에 비하면 석탄의 이용은 훨씬 늦었다. 중국 사람들은 기원전 2세기에 이미 석탄을 땔감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지지만 석탄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것은 중세말기의 영국 사람들이었다. 나무가 거의 다 사라진 데다 석탄에 대한 산업수요도 커져서 16세기 영국에선 채탄은 중요한 산업이 되었다. 당시 탄광들이 맞았던 어려움은 갱도에 찬 물을 퍼내는 일이었다. 사람의 힘만으로 물을 퍼내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으므로 동력으로 펌프를 움직이려는 시도가 나왔고 마침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증기기관의 원리를 처음 밝혀낸 사람은 1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 활약한 수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헤론이었다. 그는 원시적 증기터빈과 증기압력기관을 고안했고 후자를 사원의 문을 자동적으로 여닫는데 쓸 것을 제안했다. 실제적인 증기기관은 17세기 말엽에 토머스 세이버 리(Thomas Savery, 1650~1715)가 발명한 것으로, 증기가 통 안에서 식을 때 만들어지는 진공을 이용해서 물을 빨아올리는 기계였다. 그것은 효율이 아주 낮아서 현대 증기기관보다 20배가량이나 많은 양의 석탄을 썼다. 18세기 초엽엔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 1663~1728)이 피스톤 기관을 발명했다.

이것은 실린더에 증기를 넣어 그 압력으로 피스톤을 올리고 이어 증기를 찬물로 냉각시켜 실린더 안의 압력을 낮춰서 대기압으로 피스톤을 내리도록 되었다. 뉴커먼의 기관은 이전의 기관들보다 크게 발전한 것으로 널리 쓰였다. 반세기 뒤인 1769년엔 제임스 와트가 응축기를 따로 두어 여기에서 증기를 식히는 증기기관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실린더를 뜨거운 물로 채웠다가 이내 찬물로 식히는 대신 실린더를 늘 뜨겁게 유지할 수 있었고 당연히 열효율이 높아서 석탄을 크게 절약했다. 이에 따라 큰 힘을 썼고 일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었으므로 와트기관은 탄광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들에도 널리 쓰였고 산업혁명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증기기관을 수송수단에 쓴 것이었는데, 1807년에 로버트 풀턴(Robert Fulton, 1765~1815)은 실용적 증기선을 허드슨 강에 띄웠고 1829년엔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 1781~1848)이 기차를 성공적으로 운행했다. 이러한 혁명적 수송수단의 출현은 산업만이 아니라 사회구조도 바꿔 놓았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상징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제임스 와트는 1736년에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살 때 그는 런던의 기구제작자의 도제가 되었는데 고된 일과 가난으로 건강을 잃어 집에 돌아와 쉬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기구제작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얻었고 글래스고 대학의 기술제작자가 되었다.

1764년에 그는 대학이 수집한 과학기구들 가운데 하나였던 뉴커먼기관을 수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것을 수리하면서 그는 그것이 증기를 아주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보다 효율적인 증기기관을 만들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당시 대학에 있던 자연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다. 특히 잠재열을 발견한 화학자 조지프 블랙(Joseph Black, 1728~1799)은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끈질긴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는 응축증기기관에서 증기를 경제적으로 쓰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임을 깨달았다. 하나는 응축된 증기의 온도가 되도록 낮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응축기 안에서 진공상태가 제대로 나올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실린더가 그 안으로 들어오는 증기만큼 뜨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증기가 효율을 잃지 않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듬해 와트는 깨달았다. 증기를 실린더가 아닌 다른 통에서 응축시킨다면 그 두 가지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해서 그의 혁명적 발명은 이뤄졌다. 그리고 4년 동안 증기기관에 필요한 장치들을 성공적으로 발명해 내고 마침내 1769년에 그는 특허를 얻었다.

곧 뉴커먼 기관들은 와트가 발명한 기관들로 대체되었다. 그의 기관은 에너지를 뉴커먼기관의 4분의 1밖에 쓰지 않았다. 그리고 수직운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기관은 펌프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에도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발명은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그의 회사는 번창했다. 와트는 발명가로선 보기 드물 만큼 행운을 누린 사람이었다. 발명가들은 대개 자신의 발명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생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과 발명에 든 비용이 크다는 사정 때문에 그들은 흔히 빚을 지거나 파산했다. 와트도 처음엔 빚을 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너그러운 후원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돈을 벌면서 증기기관을 개량할 수 있었고 은퇴한 뒤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다가 1819년에 죽었다. 실은 그에겐 처음부터 행운이 따랐다. 런던의 도제생활을 중단하고 귀향한 뒤 그는 글래스고에서 기구제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글래스고의 동업조합은 도제로서의 수련을 마치지 않은 그에게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할 수없이 글래스고 대학에 취직했다. 그런 좌절은 큰 행운으로 판명되었으니 대학에서 블랙과 같은 과학자들로부터 지식과 자문을 얻지 못했다면 그의 혁명적인 발명은 나오기 어려웠을 터이다.

그러나 그가 누린 가장 큰 행운은 그의 발명이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어떤 발명이 성공해서 널리 쓰이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그 발명을 지원하는 기술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에 대한 수요가 커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와트의 증기기간은 그 두 가지 조건들이 충분히 갖춰진 상태에서 나왔다. 압력이 높은 증기기관이 만들어지려면 철강 산업과 정밀공작기계들이 있어야 한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때엔 철강 산업이 이미 상당히 발달했고 정밀공작기계들이 많이 쓰였다. 특히 1774년에 존 윌킨슨(John Wilkinson)이 발명한 천공기는 증기기관의 성공에 필수적인 정확한 실린더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산업혁명이 큰 운동량을 얻은 터라 새로운 증기기관에 대한 수요는 이미 컸고 점점 커졌다.

이 점과 관련하여 지적되어야 할 것은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낳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그런 주장이 드물지 않게 나오지만 증기기관이 널리 쓰이기 전에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것을 움직인 동력은 수력이었으니 실제로 산업혁명의 첫 세기에서 물레방아들이 제공한 동력은 증기기관들이 제공한 동력보다 컸다. 어쨌든 와트는 성공적으로 증기기관을 발명했고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이버리나 뉴커먼처럼 그의 앞길을 닦은 발명가들이 거의 다 잊혀진 것과는 달리,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일률의 기본 단위인 와트가 그 사실을 유창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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