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공익추구 기구로서의 시민단체가 사익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넘어 기업의 이윤과 경쟁력을 저하시킴은 물론 시장경제의 근본원칙을 부정하거나 훼손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자본을 통제하는 민(民)의 활동의 한 측면 또는 체제변혁적인 민중운동의 한 측면으로까지 변질되어 추구된다면 이는 기업이나 시민단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에 대한 일반 국민, 특히 기업의 이러한 불신과 의구심이 해소되어야만 그들로부터 협력과 공조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구심 해소의 첩경은 기업과 시민단체간에 이념적 기반을 공유하는 일이며, 그 공유해야 할 이념이란 다름 아닌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법치주의’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이다. 다시 말해 시민단체가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법치주의를 준수하고, 구체적인 활동 또한 그 틀 내에서 행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곧 기업과 시민단체간의 협력과 공조의 기반이다.
그 동안의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시장경제질서와 법치주의라고 하는 협력과 공조의 기반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벌 총수의 사재출연 주장, 소액주주운동, 기아사태와 관련된 주장 등에서 시민단체들은 사유재산권 보장이나 법치주의 같은 시장경제의 근본원칙들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또한 재벌개혁과 관련된 주장에서는 시장경제질서에 의한 개혁이 아니라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시장질서에 개입을 하여 바람직한 시장, 바람직한 기업구조를 계획하고 조직할 수 있다고 하는 지적 오만을 내보이고 있다.
제3자의 자의적인 시장개입이 빈번하고 시장경제의 근본원칙들이 훼손되고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회에서는 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민의 복지는 그 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익추구보다는 이권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어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시민단체는 최우선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유지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모든 구체적인 활동 역시 전적으로 이 틀 안에서만 유의미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가 이러한 방향으로 활동을 한다면 이는 기업과 경제에는 물론 정치와 사회의 개혁과 발전에도 기여함으로써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한 국민 전체의 신뢰와 지지도 확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