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스미스 300주년에 다시 읽는 20세기 국부론 - 재출간된 자유헌정론 이야기
1944년 출간된 [노예의 길]의 대성공은 하이에크에게 정치학자로서의 명성을 주었으나 경제학 교수로서의 길엔 더욱 큰 어려움을 초래했다.
1946년에 케인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실용 이론은 제자들에 의해 체계화되고 성역화되며 전세계 경제학과 경제정책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케인스의 해법에 반기를 들며 대립했던 하이에크는 케인스주의가 장악한 영국 경제학계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
결국 하이에크는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당시 미국은 루스벨트의 오랜 케인스주의 경제 통제를 경험하며 하이에크의 주장에 호응하는 헌신적 지지자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새출발도 쉽지 않았다.
[노예의 길] 미국판을 출간한 시카고대학의 경제학부마저도 그를 경제학자로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결국 사회 및 윤리과학 교수로 임용되는 수모를 겪으며 힘들게 미국에 자리를 잡게 된다.
미국에서 보낸 50년대는 하이에크에게는 몰락의 시기였다.
좌익에 경도된 대다수 학부에서 하이에크를 싫어했고 경제학자들은 그를 외부자로 취급했다.
고독하고 힘들던 시기를 견디며 9년에 걸쳐 써내려간 책이 이 [자유헌정론]이다.
자신의 60세 생일인 1959년 5월 8일에 저술을 마무리한 이 책은 이듬해 2월에 출간되었다.
당시 하이에크는 이 책이 20세기판 국부론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하지만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자유헌정론]은 미국 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학술지도 별달리 주목하지 않았다. 서평도 드물었고 그나마 흠을 잡는 논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하이에크는 우울증과 심신쇠약을 앓으며 1962년 독일로 돌아가게 된다. 영국인이 된 하이에크에게 이는 후퇴이자 피신이었다. 심근경색까지 겪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가며 그는 스스로 ‘이제 나는 끝났다’고 생각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1970년대에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케인스주의 정책이 빚어낸 재앙이 세계 각국을 강타한 것이다.
케인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스태그플레이션과 정부의 재정위기는, 케인스에 대항했던 하이에크를 세상이 다시 찾게 만들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만들어 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그 시대가치의 재건을 외치던 대처 수상은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을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영국을 자유사회로 재건해 나갔다.
이후의 해피엔딩은 널리 알려져있다.
사망하기 몇 년 전, 결국 사회주의 국가라는 인류 최대의 위험한 실험이 멸망으로 끝을 맺는 모습까지 목격한 하이에크는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고 그렇게 그는 다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들의 종말로 느슨해진 인류의 마음에 다시 케인스주의 정부정책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2008년 금융붕괴 사태가 벌어졌다.
망각이 특징인 민주주의 정부는 당시 조지 부시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케인스주의적 경기 부양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중들 사이에 하이에크의 외침이 일깨워졌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반대하는 티파티 운동이 펼쳐지고 [노예의 길]이 다시 도서판매 1위에 올랐다. 자유체제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정부정책에 대한 저항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중이다.
[자유헌정론]의 머리말에서 하이에크는 말한다.
“과거의 진리가 계속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다음 세대의 언어와 개념으로 다시 이야기되어야 한다.”
지난 몇년의 경험을 통해 자유체제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은 우리에게, [자유헌정론]이 이 시대 우리의 언어로 다시 쓰여졌다.
하이에크가 [자유헌정론]이란 이름으로 다시 기술한 이 20세기판 국부론이 20세기의 중상주의인 사회주의를 끝내고 번영하는 자유 체제를 회복시켰음을 기억해내자. 재건의 노력을 막 시작한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올해는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이다.
자유체제의 재건을 위해 다시 읽어야 할, 세대를 이어 계속 되뇌어야 할 과거의 진리가 뜻깊은 올해 우리를 다시 찾은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고마운 일이다.
-2023.6.5 남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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