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가 막말을 할 수 있는 이유
- 바스티아의 '법' 이야기
최근엔 좌익의 행태에 대해 '약탈'이란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제가 수년전 처음 바스티아의 '법'을 읽었을때 가장 놀랐던 단어가 바로 '약탈'입니다. 바스티아는 합법적이건 불법적이건 도덕심을 마비시키고 벌어지는 집단적 노략질을 약탈(plunder)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정확한 표현에 머리가 맑아지면서도 이 단어를 현 시대의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 생각들기도 했던게 불과 수년전입니다.
너희가 법을 통해 하고 있는 그 행위는 '약탈'이다 라고 홀로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특히 사람들을 돕기위해 공동체가 십시일반을 하고 있는 국가적 박애의 현장에서, 지금 너희의 짓거리는 약탈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분명 보이기엔 제정신이 아니거나 독선에 빠진 인간일 겁니다.
"불에 데어본 사람은 불에 가까이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이같이 경험이라는 잔인한 선생 대신 예측이라는 좀더 점잖은 선생을 소개하고 싶다."
혹자는 냉정한 우익들은 마음이 따뜻한 좌익들에게서 좀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타협의 중간지점을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에 뛰어들려는 이에게 공감이나 하고 있는 사람 심지어 뒤에서 불로 밀고 있는 사람에게선 배울 것도 타협할 것도 없습니다. 그럴 겨를도 없이 소리쳐야 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막말을 하면서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따뜻한 마음의 휴머니스트입니다. 휴머니스트라 지칭받고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평판따위보다 위급한 눈앞의 사람들을 구하려는 마음이 앞서는 사람이 진짜 휴머니스트입니다.
바스티아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선명한 확신이 느껴집니다. 지금보다 더 막막했던 시절 홀로 싸웠던 선배가 어디에서 힘을 얻었는지, 그가 품었던 신념의 근원이 무엇인지가 느껴집니다.
"그들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입법자에게 희망을 건다. 우리는 입법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에 희망을 건다."
우리가 목소리를 더 크게 높이지 못하는 것, 질기게 버티지 못하는 것은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확신은 내 신념의 윤리적 기반에 대한 믿음에서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런 확신만이 스스로 외로워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쓴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독선이 아닌 신념인 것은 인간에 대한 희망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입법자들이 아닌 인간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진짜 휴머니스트란 걸 잊지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투쟁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 때문이란 자부심, 우리 신념의 윤리적 기반에 대한 확신을 잊지않아야 합니다. 외로워져도 견딜 수 있습니다. 확신에 기인한 우리의 거친 막말만이 이 사회를, 더 정확히는 우리의 후손들을 잔인한 경험에서 피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2023.3.6 남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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