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4일 (월) 6회
<법> 독서토론 6차 온라인 모임
6번째 모임이다. 이제 2장 “법”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는 2장의 5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이유는 법, 그리고 자유에 대한 꽤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지며, 책의 진도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나 역시 관련된 고민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번 후기가 꽤 늦어져 버렸다.
2장 시장부터 바스티아는 “법”이 타락했음을 지적한다.
P89 법이 타락했구나. 더불어 국가의 경찰력도 타락했구나. 법이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목적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어버렸구나. 탐욕을 억제해야 할 법이 오히려 온갖 탐욕의 도구로 전락해버렸구나.
그리고, “신”이 우리에게 준 “생명”,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주신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
P90 신은 우리에게 놀라운 재능보따리를 안겨주셨다. 또 많은 자원도 주셨다. (...) 생명과 재능, 생산, 다시말해서 개별성, 자유, 재산 이 세가지가 바로 인간 그 자체이다. (...) 그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법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P90 법이란 각 개인들이 자기방어를 정당화할 권리를 집단화시킨 것이다. (...) 재능이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면 도대체 재능이 무슨 소용이겠으며, 재산이 재능의 연장이 아니라면 재산은 또 무슨 소용이겠는가?
P91 법이란 인간이 정당하게 자기를 방어할 천부의 권리를 집단화시킨 것이다.
P92 법의 타락
각자가 가진 권리들이 서로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의 원래 기능이지만 실제의 법은 권리간의 경계를 파괴하고 있다. 또 타인의 인격과 자유, 재산을 착취하려는 자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집단적인 폭력을 동원해주고 있다. 약탈행위에대가 권리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법은 약탈을 권리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법의 문제가 비단 최근의 상황은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서의 후기에서와 같이 200년간 별반 다른 없는 상황에 언제나 직면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문장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보다 앞서나온 “신이 준”이라는 문구에 대한 얘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부분에 대해서 태준님과 모리님은 상반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 박식함과 논리 전개를 내가 이곳에 다 옮겨 적지 못함이 안타깝다.
이러한 토론을 들으며 내가 정리해본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이번 정권 들어서 확실히 파보고 있는 것은 "자유"란 개념이다. 고맙단 생각마저도 든다.
최근의 고민은 그 "자유"란 것이
(1) "누군가, 혹은 어디선가"(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인지,
또는
(2) 인간들 관계 안에서 자생적으로(내부) 발현된다 볼 수 있는 것인지이다.
(1) 근현대사를 보았을 때, 최근 열혈 시청중인 '바이킹스'을 통해서도, 개인적 직감으로도 분명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 같다.
과거 자유는 "외부"의 무엇인가로부터 대리인인 '제사장'을 통해 부여 받기도 했고, '왕'을 통해 받기도 했다. 미국 헌법을 따라가 본다면 각 개인의 자유는 '법'을 통해 보호되는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유"가 "인간 개입에 의한 판단"으로 주어지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외부"에서 모든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졌다고 보았을 때, 모든 개인은 그 자체로 누구로부터도 침해될 수 없음이 명확하다. 그 자유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며, 생명과 다름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자유를 부여받은 모든 개인은 그 자신의 고유한 "재능"(불리하다 여겨지는 것도 포함)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자신의 삶에 필요한 "사적재산의 생산 및 소유"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재산은 누구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다.
이러한 논리전개는 너무나 당연한듯 보인다.
좀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아래 유투브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얘기를 해주고 있다.
[#알쓸신잡3] 과학박사이자 무신론자 김상욱이 생각하는 종교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 181130 EP11 #07
- "인간은 가축들을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데, 과연 그 “권리”는 누가 준 것인가?"
- "과학자의 시선에 인간과 돼지는 큰 차이가 없다."
마침 페이스북에 올라온 친구의 얘기가 무척이나 인상깊게 다가왔다.
강찬교 "편견(Prejudice) 최근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매우 약진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는 공정과 정의다."
- "도덕적 편견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혹은 "무고한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은 그르다." 와 같은 생각들은 많은 이들이 편견이 아닌 정의로 받아들이는 도덕적 상식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도덕 명제들이 편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대체 왜 동등한 권리를 갖는가? 그 권리는 대체 누가 우리에게 부여하였는가? 우리가 자연권주의자들마냥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동등한 권리를 전제할 하등의 형이상학적 이유가 없다. 만약 "흑인은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다."와 같은 명제들이 편견이라면, "모든 사람은 평등한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는 명제 또한 편견이다. 사람을 죽이는 문제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바스티아가 얘기하고, 나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유”는 어떤 이들의 “편견”이겠구나란 생각에 이르렀다. 이를 인정하는 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다수는 별 관심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역시 그랬으니)
다시 말해, 각 개인이, 그들의 자유가, 그리고 그들의 사유재산이 침해 당해서는 안된다고 믿는 이들, 그리고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며 편견이라고 믿는 이들로 갈라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부분 후자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나 더 많은 세상이다.
후자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이유는 사실 명확한 것 같다. 수만년을 "다른 인간"(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부모 혹은 유사한 존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성장해서는 아마도 수만년동안 "부족장"에 의존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최근까지 "제사장", "왕"에 의존했다)으로부터 주어진 "제한된 자유"만을 누려왔던 우리 DNA의 기억이 그리 쉽게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를 통해 꿀빠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단 생각도 든다.
(2) 자생적 발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속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개념을 잡아야 할지 조차도 감이 없다. 모리님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언급을 해 주었으며, 얘기를 들으며 점차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같다.
논의 중에, 조선시대 최초로 유학을 가서 서학을 배워온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그의 가족들,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 그들은 분명 편견을 이겨내고, 신분사회가 아닌 평등한 사회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표면적으로, 그들은 그 꿈을 실현해 내지 못했으며, 박해받고 순교에 이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어쩌면 사회적으로 그를 지지해줄 만한 충분한 지지 세력이 있어야 가능했을 것이라는 모리님 얘기가 있었다. 유럽에서 상업이 발달하며, 그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축적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유”란 개념이 사회에 좀 더 널리 퍼지고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러한 논의들을 끊임없이 하다보니,(마침인사를 하고 나서도 20분은 더 얘기했었다) 책의 진도는 많이 못나갔다. 대신 나에겐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해 볼 꺼리들이 잔뜩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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