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1일 (월) 독서모임 일기
'기술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문제'
노예의길 독서토론 12차 모임: 모리, 로샤, 담재, 강영, 콩두부
언제나처럼 로크샤님이 1등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자영업자 모리의 안부를 걱정하며 동네 의원을 갔더니 한군데는 그새 문을 닫았고 한군데는 환자가 없어서 원장이 졸고 있더라는 뜨끔한 얘기를 전하시더군요. 저도 요즘 졸고있다가 환자에게 들킨 적이 많거든요. 이젠 유튜브도 졸릴 지경으로 세상이 따분해졌습니다.
지난주 거르셨던 담재님이 오셔서 역시나 30여분가량 부정선거 관련 소식을 브리핑하셨습니다. 박근혜 당선 당시 좌파에서 선거무효 운동할때 펴냈던 선거백서 자료집을 구하고 계시더군요.
오늘 공부할 내용은 <노예의 길> 제4장 계획의 '불가피성'? 중 '기술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문제' 편입니다.
현대의 기술진보가 현대문명을 복잡하게 만들기때문에 중앙집권적 계획이 더 필요하게 된다는 논리가 왜 틀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쓰여진 1940년대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발달로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고 복잡한 변수들이 발생하는 것을 자본주의 시장에 계속 맡겨둬야할지 의구심들이 사라지지 않던 시절입니다. 물론 이후 수십년의 역사를 지켜본 우리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더욱 분권화에 문제해결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당시에 왜 중앙집권이 아닌 시장의 분권화 시스템에 사회를 맡겨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유명한 용어가 나옵니다.
"자동기록장치(apparatus of registration)로써의 가격시스템"이란 개념입니다.
"자동적으로 개별 행동들의 연관된 모든 효과들을 기록하고, 그 기록치가 모든 개별결정들의 결과인 동시에 향후 의사결정에 안내자 역할을 하는 자동기록장치가 우리에게 필요하게 된다. 경쟁 아래에서 가격시스템이 바로 이런 기록장치의 역할을 하며, 다른 어떤 시스템도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가격시스템은 마치 기술자들이 계기판 위의 몇 개의 바늘을 주시하듯이, 기업가들이 비교적 소수의 가격동향만 주시하더라도 자신의 경제활동을 동료들의 경제활동에 조정할 수 있게 한다."
가격시스템이라는 비인적 정보전달 메커니즘에 의해, 개인 간 지식의 분업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것이 고도화된 문명사회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사회문명이 복잡해질수록 중앙집권적 방법은 오히려 효용성을 잃어간다는 것입니다.
요즘 1930,4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에 관한 책에 꽂혀 있는 모리는 역시나 이 장에서 왜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당시 사회상에 대해 아는 척을 합니다.
담재님이 보충설명을 하십니다. 자본주의가 사회에 자리잡던 초창기에 빈부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것도 당시 중앙집권적 개입조처에 대한 사회적 욕구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요.
꼬투리잡기 일인자인 모리가 또 트집을 잡습니다.
"우리가 이전 시대의 역사에 대해 망각해서 그렇습니다. 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축척이 심화되는 자본의 특성상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집단에게 자본이 더 축적되는 경향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누리는 것들에 격차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돈이 어딘가에 많이 축적된다는 것과 생활에서 무언가를 영유하는 것은 다른 문제에요."
한참 장황하게 자신의 경험을 떠들면서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가 잘 살아있어야 빈부의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야 수입이 적은 사람들도 비슷하게 즐길 상품들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정부규제로 자본주의 경쟁이 위축되면서 작은 식당들이 다 문을 닫고 싼 밥집이 사라져버렸어요. 그게 오히려 빈부의 격차를 초래한 겁니다.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를 초래한다는 프레임은 받아들이면 안돼요."
마이크를 못쓰는 콩두부님은 문자로 거듭니다. 소득의 격차는 늘었지만,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은 향상해온것에 주목해야 한다구요.
모임을 마쳐야 할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말을 아끼는 스타일인 강영님이 통계비유를 이야기하며 끝맺음을 합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머리에 박힐 분명한 메세지가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해소해왔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1930~1970년대 미국의 좌익시대에 도발적이고 간결한 메세지로 싸웠던 아인랜드에게 극단적 사상가라고 욕하기 이전에 경외의 마음을 갖는 이유가 그래서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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